대우조선해양 수사과정에서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뇌물·비리 관련 사건은 국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불편한 정도가 아니라 불쾌하기 짝이 없다. 대우조선은 국민의 세금이라 할 수 있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이기에 더욱 개탄스럽다. 이뿐만 아니다. 대한민국 엘리트 계층으로 불리는 법조계에서는 스폰서 검사 사건, 현직 검사장의 구속 등 부정부패로 인한 사상 초유의 일들이 잇따르고 있다.
새삼 ‘칼레(Calais)의 시민’이 생각난다. 영국과 프랑스의 백년전쟁 중 프랑스의 칼레 시는 영국에 항복한다. 영국왕인 에드워드 3세는 칼레 시민들의 목숨을 살려주는 대신 6명의 목숨을 가져오라고 명령한다. 그러자 칼레 시의 최고 부호인 외스타슈 드 생 피에르가 제일 먼저 죽음을 자청했다. 이를 본 칼레 시의 상류층들 역시 스스로의 목숨을 내놓겠다고 했다. 지원자는 7명이 됐다. 다음 날 아침이 되자 피에르를 제외하고 6명이 다 모이게 되었다. 피에르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사람들이 그를 찾으러 갔을 때 피에르는 죽어 있었다. 피에르는 혹여 다른 사람들이 간밤에 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을 우려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도계층들의 낯 뜨거운 이야기와 칼레의 시민 이야기는 너무나도 대조된다.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적 지위, 전 세계 7번째로 ‘20-50 클럽’(1인당 소득 2만 달러와 인구 5000만 명)에 가입한 나라이지만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인식지수(2015년 기준)는 전 세계 국가 중 43위에 그친다.
또 한국은 ‘뇌물방지 협약’을 거의 또는 전혀 이행하지 않는 나라로 분류된다. 여기에 특히 대한민국에서는 국회의원, 고위 공직자의 부패가 가장 심하다고 평가받는다. 결국 부패가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주는 주요 요소임을 알 수 있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부패의 정치경제학’이 주는 교훈이다. 대한민국의 지도자들은 ‘칼레의 시민’ 이야기가 주는 의미를 가슴속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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