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하드디스크-관련서류 확보… 공매도세력에 정보유출 등 수사
한미약품 “수사과정서 해명될것”
검찰이 늑장 공시와 이를 통한 부당 내부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한미약품의 본사를 17일 전격 압수수색했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서봉규)은 이날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에 검사와 수사관 50여 명을 보내 오전 9시 30분부터 약 9시간 동안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기술계약 및 공시 서류 등을 확보했다. 지난달 30일 한미약품이 독일 제약회사 베링거인겔하임과의 8500억 원대 기술수출 계약이 해지됐다고 공시한 지 보름여 만이다.
한국거래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한미약품 공시담당 직원은 지난달 29일 오후 7시경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계약이 해지되자 다음 날 증시 개장 전 거래소 공시부를 찾아 이 소식을 알렸다. 그러나 이 직원은 거래소 측의 독촉에도 불구하고 “회사와 상의해야 한다”며 주식시장이 개장한 지 29분 뒤에야 공시를 했다. 한미약품이 전날 미국 제약회사로의 기술 수출을 곧바로 공시할 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한미약품과 베링거인겔하임의 계약 해지 정보가 공시 전에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유출된 정황을 볼 때 공시 지연이 의도적이었다고 보고 13일 패스트트랙(사건 조기 이첩 제도)으로 검찰에 넘겼다.
검찰은 한미약품의 지연 공시가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 투자해 주가 하락분만큼 수익을 얻는 ‘공매도’와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30일 증시 개장 후 29분간의 공매도 물량은 평소의 10배에 이르는 5만 주에 달했다. 이날 한미약품 공매도 물량 10만4327주의 절반가량이 공시 직전에 이뤄진 것이다. 전날 62만 원이었던 한미약품의 주가가 이날 50만8000원으로 18.06% 하락하면서 공매도 세력은 공시 직전에만 최소 56억 원의 이득을 본 셈이다.
1973년 창사 이래 첫 압수수색을 당한 한미약품은 당혹해하면서도 “회사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내부 정보를 유출하거나 공시를 지연한 일은 없다. 수사 과정에서 명확히 밝혀질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관순 대표도 사내 게시판에 ‘위기를 극복하고 신약 강국으로 나아갑시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연구에 매진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한미약품의 주가는 장 초반 4% 넘게 떨어지며 전 거래일보다 1.68% 하락한 40만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9일 종가보다는 34.1%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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