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은 인간에 대한 공감 필요…AI가 판사 완전 대체할순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8일 03시 00분


AI전문가가 내다본 ‘사법의 미래’

 
법정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 렌즈가 증인석을 향해 있다. 증인으로 나온 남성이 떨리는 목소리로 답변하자 법정 내 경고등이 울린다. 거짓말탐지기가 작동한 것이다. 변호사 로봇은 과거 판례와 증거 자료를 종합해 매번 최적화된 변론을 내놓는다. 간단한 사건은 법정에 출석할 필요도 없이 온라인이나 가상현실을 통해 재판이 진행된다. 이는 세계적인 인공지능(AI) 전문가 오렌 에치오니 앨런인공지능연구소장과 로만 얌폴스키 미국 루이빌대 사이버보안연구소장이 내다본 미래 법정의 모습이다.

 17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두 전문가는 “인공지능 판사가 등장할 수 있는가”란 질문에 “인공지능이 판사의 역할을 완전히 대신해선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에치오니 소장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기업의 기술 및 미래 관련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루이빌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인 얌폴스키 소장은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경고해 온 전문가다.

 두 전문가는 인공지능 판사의 등장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에치오니 소장은 “판결은 사람에 대한 공감과 사회적 합의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재산 분쟁 등에 제한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판사의 기능을 아예 대체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얌폴스키 소장은 “‘인공지능 판사’는 인간 복제와 마찬가지”라며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허용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라는 점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인공지능 변호사에 대해 에치오니 소장은 “변호사 일을 인공지능이 대체하는 것은 많은 사람이 반길 것”이라며 “비용 문제로 주저하던 많은 사람이 쉽게 법률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두 전문가는 “인공지능에 어떤 내용이 들어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론을 내놓을 수 있다”며 인공지능의 불확실성에 대해 공감을 표시했다.

 에치오니 소장과 얌폴스키 소장은 18일 대법원에서 ‘4차 산업혁명의 도전과 응전, 사법의 미래’를 주제로 열리는 국제법률 심포지엄에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회장 등 세계적인 미래학자들과 함께 참석해 인공지능과 사법의 미래에 대해 심도 깊게 논의한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ai#인공지능#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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