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이 “파기했다”던 백남기 보고서 공개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9일 03시 00분


“물대포에 맞아 쓰러져 병원 후송” 당시 시간대별 현장 상황보고 담겨
은폐 논란에 경찰 “법원제출 자료”
‘빨간 우의’는 민노총 조합원 확인

 고 백남기 농민이 지난해 11월 14일 민중총궐기 투쟁대회 당시 경찰의 물대포에 맞는 상황을 기록한 경찰 상황보고서가 공개됐다. 이철성 경찰청장이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파기됐다”고 주장했던 보고서가 존재한 것으로 밝혀져 은폐 의혹이 제기됐다.

 18일 한 인터넷 매체가 보도한 민중총궐기대회 관련 상황 속보에는 백 씨가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후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까지의 과정이 기록돼 있다. 경찰은 “(백남기) 물포에 맞아 부상. 서울대 병원으로 후송, 뇌출혈 증세로 산소호흡기 부착, 치료 중”이라고 상황 속보를 작성했다. 상황 속보는 대규모 집회에서 정보 경찰관이 현장 상황을 지휘부와 관련 부서에 시간대별로 전달하기 위해 작성하는 보고서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상황 속보는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위원장 등 불법 시위 가담자 형사사건 증거 서류로 제출했던 것”이라며 “최초 작성한 정보 부서는 파기했지만 수사 부서에서 이를 보관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수사 부서가 증거 서류를 제출한 뒤에는 경찰 내부에 남아 있지 않다는 주장이다. 한편 백 씨가 쓰러질 당시 옆에 있던 이른바 ‘빨간 우의’가 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의 조합원 A 씨로 드러났다. A 씨가 동영상 속에서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백 씨 위에 올라타는 장면이 나와 ‘빨간 우의가 백 씨를 주먹으로 가격해 사망했다’는 의혹이 일부 보수단체에서 제기됐었다.

박훈상 tigermask@donga.com·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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