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와 직무성과급 도입 등을 핵심으로 하는 임금 체계 개편은 주로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추진해 왔다. 정년 연장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 조직의 효율성을 확보하는 한편 청년 채용을 늘리기 위해서다. 최근에는 이런 임금 체계 개편이 중견기업과 강소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중견기업과 강소기업도 임금 체계 개편으로 불황을 극복하고, 고용을 안정시키는 한편 청년 채용에도 적극 나서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불황을 극복하고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면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기업의 규모와 상관없이 임금 체계 개편이 꼭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 성과연봉제 도입해 기업 경쟁력 상승
충북 진천의 의약품 제조업체 유영제약은 근로자 340명, 매출 971억 원(지난해 기준) 규모의 강소기업이다. 유영제약은 최근 성과연봉제 도입 등 임금 체계 개편을 통해 청년 채용에 적극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유영제약은 이미 경영 관리, 영업, 생산직 상위 직급에 연봉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보상 체계가 미흡하고, 연공성은 여전히 강하게 작용했다. 이에 노사는 연구개발 동기 부여를 지속적으로 확보하려면 임금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데에 공감하고 성과연봉제를 확대 적용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생산직 대리 이상 근로자까지 성과연봉제를 도입해 임금을 성과에 따라 차등 인상했다. 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한 정기 인상률과 별도로 4개의 평가 등급에 따라 4.5%에서 10.5%까지 임금 인상률을 달리 적용했다.
임금 체계 개편에 따른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직무 성과급이 정착되면서 불필요한 인건비를 절감했고, 2014년 859억 원이던 매출액이 지난해 971억 원으로 늘어났다. 지난해에만 53명의 청년을 채용하는 등 총 65명의 직원을 새로 뽑았고, 올해도 지난달까지 69명의 청년(인턴 포함)을 뽑아 이 가운데 33명은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원래 연구개발과 품질 시험, 영업 직무 같은 경우는 이직률이 높고 핵심 인재의 유출도 잦았다. 그러나 직무 능력을 인정하고, 성과에 따라 보상하는 체계가 갖춰지면서 20%에 달하던 이직률이 14.1%로 줄었다. 특히 제조업 경기 침체 때문에 이익이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임금 체계 개편을 통해 단 1명의 감원도 없이 위기를 극복해 나가고 있다.
유영제약 관계자는 “중장년들의 조기 퇴직도 막는 한편 청년 채용도 늘리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라며 “정규직 10명 중 8명은 청년으로 채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불황 극복과 청년 채용을 동시에
서울, 강원 원주, 인천 송도 등에 사업장을 두고 자기혈당측정기 등을 생산하는 아이센스는 2000년에 설립된 체외 진단 의료기기 전문 기업이다. 지난해 기준 매출액은 1019억 원, 근로자는 522명에 달하며 코스닥에도 상장된 우량 중견기업이다.
아이센스 역시 이미 연봉제를 도입했지만 성과가 아닌 연공서열에 연동하는 체계라 근로자들의 근속연수가 길어질수록 회사의 부담이 계속 커졌다. 직원 평가제도 역시 형식적이어서 동기 부여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도 어려웠다.
이에 지난해 먼저 정년연장법에 따라 노사 합의로 정년을 55세에서 60세로 연장한 뒤 56세부터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정년 연장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줄이되 장년 근로자들의 고용을 안정시킨 것이다. 또 지난해 하반기에는 노사발전재단의 임금직무체계 개편 컨설팅을 받고, 직무 등급과 성과 평가 결과를 임금 체계에 반영했다.
임금 체계 개편의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2011년 358명에 불과하던 근로자가 올해 640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매출액(523억→1300억 원)은 두 배로, 영업이익(94억→270억 원)은 세 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아이센스는 임금 체계 개편 후 청년 채용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12% 많게 청년을 뽑았고, 올해는 지난해보다 20% 이상 늘어난 118명의 청년을 추가로 뽑을 예정이다.
아이센스 관계자는 “임금 체계 개편을 통해 고용을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여력을 확보했다”라며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에도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