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속 커플로 붐비는 공공예식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0일 03시 00분


서울 40곳… 예비 부부에 인기
비용 일반 결혼식의 3분의 1 수준… 드레스-사진촬영은 연계 서비스
전통혼례-웨딩궁전 색다른 경험도


스승의 날이었던 5월 15일 서울시청 지하 2층 시민청 태평홀에서 이색 결혼식이 열렸다. 결혼식장 곳곳에 흩어져 있던 배우 10여 명이 뮤지컬 모차르트의 넘버(노래)로 유명한 ‘사랑하면 알 수 있어’를 부르며 한자리에 모이기 시작한 것이다. 뇌병변 장애를 극복하고 이날 결혼에 골인한 김남제 씨(33)와 김빛나 씨(31·여)의 연애 스토리를 공연으로 풀어낸 것. 김빛나 씨는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결혼식이라 너무 좋았다”며 “특별한 이벤트는 물론이고 결혼식 준비 과정도 합리적으로 진행돼 주위 사람들에게 추천했다”고 말했다.

 김 씨 부부가 결혼식에 쓴 돈은 각종 부대행사 진행 비용 등을 합쳐 약 700만 원. 보통 결혼식 평균 비용이 2000만∼3000만 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3분의 1 안팎에 불과하다. 특히 시민청 결혼식장은 ‘1일 1회’가 원칙이라 김 씨 부부는 여유롭게 하객들과 인사를 나눴다. 김 씨는 “결혼 8개월 전부터 협력업체와 함께 결혼식 콘티부터 진행까지 준비했다”며 “공공예식장이라고 서비스 수준이 낮을 것이라 오해했지만 오히려 일반예식장보다 나았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의 공공예식장이 젊은 예비부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청 시민청을 비롯해 서울시립미술관, 남산골 한옥마을, 한강공원 등 시가 운영하는 공공예식장은 18개다. 시민청에서는 4년간 140쌍이 넘는 커플이 결혼식을 치렀다. 25개 자치구 역시 구민회관이나 구청 등을 예비부부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서울 지역에서만 이런 공공예식장이 40곳이 넘는다.

 공공예식장 선택의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다. 서초구 서울연구원과 마포구 월드컵공원, 한강시민공원 결혼식장은 대관료가 무료다. 나머지도 대부분 15만∼30만 원대다. 웨딩드레스 대여나 사진 촬영 등 협력업체 연계 서비스도 함께 제공돼 체감 만족도가 높다. 지난해 11월 공공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치른 김도연 씨(27·여)는 “경제적 이유로 결혼 자체를 주저하는 경우가 많은데 공공예식장에서 진행하니까 주택이나 혼수 마련에서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붕어빵’ 결혼식을 탈피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한강 서래섬 예식장은 웨딩궁전 등 특별한 식장으로 꾸며져 있다. 남산골 한옥마을에서는 전통혼례 방식으로 결혼식이 열린다. 김명주 서울시 가족담당관은 “공공예식장은 대부분 교통이 편한 곳에 위치하고 있어 비용 외에도 얻게 되는 혜택이 많다”며 “부부와 혼주 하객 모두가 만족하는 결혼식을 열 수 있다”고 말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공공예식장#결혼식#서울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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