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서울 자전거 출퇴근 환경 직접 비교해보니… 정체차로 옆길로 씽씽 vs 차량 피해 목숨 건 출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1일 03시 00분


런던, 도심에 7개 자전거고속道… 서울, 74%가 보행자 겸용도로

▲ 출근길 교통체증이 심한 영국 런던 시의 차도 옆으로 자전거를 탄 시민이 전용도로를 달리고 있다. 런던 / 서울=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 출근길 교통체증이 심한 영국 런던 시의 차도 옆으로 자전거를 탄 시민이 전용도로를 달리고 있다. 런던 / 서울=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지난달 30일 오전 9시 영국 런던 시내는 ‘출근전쟁’이 한창이었다. 지하철 승강장은 발 디딜 틈이 없고 차량은 꼬리를 물고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런던의 교통체증은 유럽 도시 중에서도 악명이 높다. 같은 시간 지하철역에서 5분가량 떨어진 ‘자전거고속도로(Cycling Superhighway)’에서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극심한 정체를 빚고 있는 차도와 달리 자전거고속도로는 시원하게 뚫려 있었다.

○ 전용도로 이용하는 런던 자출족


 자전거고속도로는 자전거만 주행할 수 있는 도로다. 경계석을 사이로 차도와 나란히 있다. 이날 자전거고속도로에서는 런던 시민 수십 명이 줄지어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출근 중인 직장인들이다. 런던의 ‘자출족’(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헬멧 등 안전장비를 빠짐없이 착용하고 있었다. 눈에 잘 띄는 색깔의 조끼나 옷을 입고 있어 멀리서도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이날 기자도 직접 공공자전거를 빌려 행렬에 합류했다. 블랙프라이어스역에서 관광 명소인 엘리자베스타워(빅벤)까지 약 3km 구간을 달렸다. 왼쪽으로 템스 강이 흐르고 멀리 런던의 명물 런던아이(대관람차)와 국회의사당 등이 한눈에 들어왔다. 자전거 페달을 밟는 내내 다른 차량이나 보행자 때문에 멈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런던 시에 따르면 현재 런던 도심에는 7개의 자전거고속도로가 운영되고 있다. 런던 시는 2010년부터 이런 자전거 전용도로를 계속 확대하고 있다. 그 덕분에 하루 수십만 명의 런던 시민이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총길이가 17km로 가장 긴 3번 자전거고속도로에는 출근시간에 1만여 명의 직장인이 몰린다. 대부분의 회사는 자출족 직원을 위한 샤워시설을 마련해 놓았다. 직장인 사이먼 씨는 “직원의 절반가량이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있다”면서 “교통체증을 피할 수 있고 개인 건강은 물론 도심 환경 개선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 차도·인도로 다니는 서울 자출족

▲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에서는 자전거를 탄 시민이 짐을 내리고 있는 화물차량을 아슬아슬하게 피해 달리고 있다. 런던 / 서울=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에서는 자전거를 탄 시민이 짐을 내리고 있는 화물차량을 아슬아슬하게 피해 달리고 있다. 런던 / 서울=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자전거우선도로. 뒤따르던 차량이 기자가 타고 있던 자전거 옆으로 오더니 순식간에 앞으로 끼어들었다. 급정거하지 않았다면 사고로 이어질 뻔한 순간이었다. 그나마 자전거우선도로가 부분 설치된 광화문 주변의 사정은 나은 편이다.

 이날 은평구 연신내역부터 광화문까지 8km가량을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달려 봤다. 차량들을 피해 폭이 30cm도 되지 않는 도로 가장자리를 달리는 건 곡예나 다름없었다. 도로 상태도 불량했다. 특히 버스 트럭 등 대형 차량이 접근할 때는 아예 자전거에서 내려야 했다. 불법 주정차 차량이 등장해도 어김없이 페달을 멈추고 인도로 올라갔다. 서울의 자출족이 인도를 침범하는 이유다.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에서 발생하는 자전거 교통사고는 2010년 2847건에서 2015년 4062건으로 크게 늘었다. 자출족 안전이 갈수록 위협받고 있지만 전체 자전거도로 778.8km 가운데 자전거전용도로는 99.5km로 전체의 12%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자전거와 보행자 겸용 도로로 전체의 74%에 이른다. 차도 이용이 어렵다 보니 인도를 나눠 쓰고 있는 것이다. 자출족 지원에도 차이가 크다. 런던 시는 출퇴근 목적의 자전거 구입 때 비용을 지원하거나 세금을 면제해 주지만 서울은 개인 지원이 전혀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 자전거도로에 여러 위험 요소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자전거문화 확산을 위한 과도기인 만큼 앞으로 계속 보완하겠다”라고 밝혔다.

런던=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런던#영국#서울#자전거도로#교통사고#차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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