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웰다잉법 어디까지 왔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2일 03시 00분


[토요판 커버스토리/아름다운 마침표 ‘웰다잉’]
2018년부터 ‘임종기’ 연명치료 중단 허용… 판단 주체-방법 등 세부내용엔 거센 논란

 올해 초 국회를 통과한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웰다잉법)에 따라 내년 8월부터 ‘말기’ 환자에 대한 호스피스가, 2018년 2월부터 ‘임종기’ 환자의 연명의료 중단이 가능해진다. 진통 끝에 나온 결과물이지만 말기와 임종기의 구체적인 지침이 확정되지 않아 시행령·규칙 마련 등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

 우선 말기와 임종기의 기준은 의료계가 잡은 초안을 바탕으로 보건복지부가 세부 지침을 작성 중이다. 말기는 △항암치료를 받아도 암이 계속 진행돼 수개월 내 사망이 예상되는 암 환자 △소변이 나오지 않는 간신증후군을 동반한 만성 간경화 환자 △숨이 차 의자에 앉아 있기 어려운 만성 폐쇄성 호흡기 질환 환자 △뇌병변을 동반한 에이즈 환자 등이 해당된다. 임종기 대상은 급성 질환, 만성 질환, 만성 중증질환, 에크모(체외막산소화장치) 시술 환자 등 4가지로 각각 기준을 달리했다.

 임종기를 누가 어떻게 판단할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법엔 담당 의사와 해당 분야의 ‘전문의’ 등 2명이 판단하도록 규정했다. 의료계에선 사전적 의미대로 해당 전문 분야에서 3∼4년 레지던트 훈련을 마친 뒤 진료 과목별 자격시험을 통과한 의사만 연명의료를 결정할 수 있게 하면 환자가 대형병원을 전전해야 하고 의료 전달체계도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에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은 최근 “병원장이 지정한 의사도 전문의로 인정해 임종기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제언이 담긴 보고서를 당국에 전달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법에 명시된 전문의의 자격을 완화하면 공신력에 의문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다만 대형병원에서 요양병원 등 중소형 병원으로 옮긴 환자가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할 경우 이전 병원 전문의의 임종기 판단을 인용하는 것은 허용할 방침이다.

 일반 국민과 환자들에 대한 교육과 홍보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19세 이상은 건강할 때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를 작성해 등록기관에 보관해 둘 수 있다. 이 의향서의 내용은 향후 환자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회복하지 못할 경우 의사 표현으로 간주된다. 말기·임종기 환자는 담당 의사를 통해 ‘연명의료 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다. 다만 일부 대형병원을 제외한 병의원에선 이 같은 내용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사전의료의향서실천모임 관계자는 “법 시행까지 1년 반이 채 남지 않은 만큼 서둘러 교육과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영민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어렵게 통과한 법을 다시 개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현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신속히 상세한 시행령과 규칙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웰다잉법#임종#연명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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