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구 '오패산 터널 총격사건'의 피의자 성모 씨(46)가 21일 구속됐다. 서울 북부지방법원은 이날 성 씨의 살인과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를 인정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성 씨를 대상으로 보강수사를 벌여 구체적인 범행 동기를 밝혀낼 예정이다.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취재진 앞에 선 성 씨는 "제 사건으로 '혁명'이 시작되길 바란다"며 여전히 과대망상에서 헤어나지 못한 모습이었다. 반성은커녕 당당한 태도였다.
강북경찰서에 따르면 성 씨는 자신의 범행을 일관되게 '계획범죄'라고 주장했다. 망치로 폭행한 첫 번째 피해자 이모 씨(67)를 총으로 쏴 살해할 계획을 세우고 두 달여 전부터 사제 총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영장실질심사에서 "이 씨가 평소 나를 무시했고, 나눠 내는 전기료 문제로 자주 다퉜다"고 범행 동기를 밝혔다. 이에 더해 이 씨가 소개해준 집으로 16일 이사한 뒤 '가스폭발로 암살될 수 있다'는 생각까지 들어 범행을 실행에 옮겼다고 했다.
성 씨는 연금보험 및 건강보험료를 2년간 70만 원 가까이 연체한 데다 7월 7일에는 정부로부터 현금 10만 원, 쌀 20kg을 지원받을 정도로 처지가 곤궁했지만 이는 범행 동기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성 씨는 경찰과의 총격전을 예상해 이에 대비했지만 경찰을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애초에 경찰을 겨냥해 총을 발사하지 않았다"며 "현장에서 숨진 김창호 경감(54)은 오히려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독살된 것"이라는 궤변을 늘어놓기도 했다. 피해망상 속에 병원과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이 강했던 경찰과의 총격전 도중 왼쪽 손목을 관통하는 총상을 입었지만 병원에서 정밀진단이나 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 씨가 정신과 치료를 받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풀이된다.
하지만 성 씨가 어떻게 해서 과도한 자기 과시와 피해망상에 빠지게 됐는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성 씨의 친누나는 동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 지금 동생 일로 생활이 말이 아니다"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경찰도 성 씨가 9년 6개월 동안 복역하면서 '정신병'을 갖게 됐을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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