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 비자금, 정관계 로비의혹… ‘부산 엘시티’ 폭탄 터지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5일 03시 00분


부산지검, 지청서 넘겨받아… 특수부 8명으로 확대

 
부산 해운대에 최고 101층 규모로 들어서는 ‘엘시티 더샵’의 사업 추진 과정에서 빚어진 비리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24일 수사팀을 대폭 확대하고 전방위 수사에 착수했다. 엘시티 사업은 인허가 과정에서부터 특혜와 로비가 난무했다는 의혹이 무성해 수사 결과에 따라 정관계와 법조계 등에 큰 파문이 예상된다.

 부산지검은 이날 산하 동부지청에서 내사 중이던 엘시티 비리 관련 사건을 본청 특별수사부에 재배당하면서 3명이던 수사 검사를 8명으로 대폭 늘렸다고 밝혔다. 검찰은 임관혁 부산지검 특수부장을 수사팀장으로 지정하고 기존 특수부에서 진행하던 모든 수사를 다른 부서로 넘겨 이 사건에 집중할 방침이다. 임 부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 2부장 재직 당시 정치인 뇌물 수사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수사 지휘는 윤대진 부산지검 2차장 검사가 맡는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마지막 칼잡이’로 불리는 윤 차장은 대형 기업 비리와 정관계 의혹 사건을 많이 파헤쳤다. 윤 차장은 “이 사업을 둘러싼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만큼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우선 1000억 원대 비자금 조성을 주도한 혐의가 있는 엘시티 시행사 최고위 인사인 청안건설 이영복 회장(66)을 검거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올 초부터 내사를 진행하던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3부는 7월 엘시티 시행사와 이 회장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수사를 본격화했다. 검찰은 570억 원 상당을 빼돌린 혐의로 엘시티 시행사 자금담당 임원 박모 씨(53)를 구속하면서 속도를 냈다.

 하지만 이 회장이 도주하면서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 이 회장은 박 씨와 공모한 혐의(횡령·사기)로 체포영장이 발부됐지만 종적을 감췄다. 검찰은 이 회장을 지명수배하고 최근 경찰에도 검거 협조를 요청했다. 동부지청은 이 회장을 쫓는 동안 엘시티 건물을 설계한 건축사무소 전 대표와 이 회장의 비서를 각각 횡령과 범인은닉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 회장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부산시를 비롯한 고위 공무원과 정치인, 법조계 인사 등에게 로비를 했다는 의심을 강하게 받고 있다. 그는 1998년 ‘부산판 수서사건’으로 불리는 ‘다대·만덕지구 특혜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이었다. 그때도 이 회장은 2년여간 도피 생활을 하다 검찰에 붙잡혔지만 당시 수사 선상에 올랐던 많은 정관계 인사들을 일절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그때 입을 다물었기 때문이라는 말이 파다하다”고 말했다.

 실제 이 회장은 당시 사건 등의 여파로 대한주택보증에 채무가 상당해 건설 시행을 하기 어려운 처지로 알려졌지만 일종의 페이퍼컴퍼니를 앞세워 2조7000억 원 규모의 엘시티 건설 사업을 따냈다.

 검찰은 부산시와 해운대구 등의 인허가 과정, BNK부산은행 등의 대출 과정, 2013년 법무부의 외국인 부동산 투자이민제 대상지역 지정 과정의 위법성 유무를 집중 수사할 방침이다.

 엘시티 관계자는 “사업은 정상적으로 진행됐으며 특혜나 비리 의혹은 명확한 증거가 없는 억측이다”고 말했다.

 엘시티는 해운대해수욕장 바로 앞 6만5934m² 터에 101층 랜드마크타워 1개 동(높이 411.6m)과 85층 주거타워 2개 동 규모로 건설된다. 지난해 10월 착공했으며 2019년 11월 말 완공할 예정이다. 지난해 분양 당시 분양가가 3.3m²당 평균 2700만 원, 최고 7200만 원인 초고가 아파트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비자금#로비#더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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