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발사체 예산 작년 1340억 이월 등 주먹구구
9월까지 872억 집행 그쳤지만 내년 예산도 올해수준 2700억 편성
10년여에 걸쳐 약 2조 원이 투입되는 한국형 발사체 사업 예산이 제대로 쓰이지 않고 이월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설계 변경, 계약 지연 등의 사유로 사업을 제때 진행하지 못해 올해 1800억 원이 넘는 예산이 아직 남았지만 미래창조과학부는 내년도 예산을 어김없이 올해 수준으로 편성해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4일 본보가 입수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한국형 발사체 사업 수행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올해 책정된 예산 2699억여 원 가운데 3분의 1 수준인 872억여 원만을 9월까지 썼다. 지난해 이월된 1340억 원을 다 쓰고 올해 배정된 예산을 쓰느라 3분의 1밖에 집행하지 못한 것이다. 미래부는 이 가운데 1189억여 원을 3개월 내에 쓰고 436억 원을 선계약을 맺는 형태로 지출할 계획이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항우연이 예산을 계획대로 집행한다 해도 202억 원은 내년으로 이월된다.
항우연 사업 기간이 들쑥날쑥 바뀌고 예산은 집행 내용과 무관하게 과다 투입되고 있어 나오는 현상으로 분석된다. 미래부는 발사체 기술 자립을 위한 한국형 발사체 사업에 대해 이미 두 차례 사업 변경을 통해 개발 일정을 조율했다. 2013년에는 조기 개발 등을 이유로 예산을 4123억 원 증액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미방위 국정감사에서 엔진 연소기 불안정 등으로 내년 12월로 예정된 시험발사체 발사를 또다시 10개월 연기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예정된 사업이 다시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미래부는 내년 예산을 올해와 비슷한 2700억 원으로 편성했다. 시험발사체 발사 지연이 예견되고 올해 이월될 예산도 있는데 무작정 수천억 원을 예산안에 올린 것이다. 이렇다 보니 수익을 내는 기관이 아닌 항우연이 매년 100억 원이 넘는 출연금 이자수입을 내고 있는 기현상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항우연의 국가연구개발사업 이자수입 집행 잔액은 연평균 142억 원대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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