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코, 한 코… ‘동심’을 뜨개질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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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개인형 작가 정을섭 할머니… 춘천시립도서관서 두번째 전시회
정성들인 뜨개인형 70점 선보여

뜨개인형 작가인 정을섭 할머니. 정 할머니는 최근 춘천시립도서관에서 자신의 두 번째 전시회를 열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뜨개인형 작가인 정을섭 할머니. 정 할머니는 최근 춘천시립도서관에서 자신의 두 번째 전시회를 열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한 코 한 코 뜨다 보면 인형을 갖고 놀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랍니다.”

 뜨개 인형 작가인 정을섭 할머니(82)는 인형을 만들다 보면 마치 동심의 세계에 빠져드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팔순이 넘은 나이에도 뜨개바늘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정 할머니가 뜨개 인형 만들기를 시작한 것은 약 10년 전. 공무원과 춘천 YWCA 총무 등을 거쳐 음식점을 운영하다 그만두고 평소 좋아하던 뜨개질을 즐기다가 어린 시절 좋아했던 인형이 떠올라 며칠이 걸려 인형 하나를 만든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뜨개 인형 만들기는 정 할머니의 일상이 됐고 이제는 제작 시간도 단축돼 높이 20cm 미만의 인형 하나를 하루면 완성한다.

 정 할머니가 꼽는 뜨개 인형의 매력은 공장에서 찍어 낸 천편일률적인 인형이 아닌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인형이라는 점. 또 뜨개질한 옷에서 느낄 수 있는 따뜻함과 정을 뜨개 인형에서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뜨개 인형을 정성 들여 만들다 보니 인형 하나하나가 마치 자식처럼 소중하게 느껴진다. 뜨개 인형을 돈을 받고 팔지 않고 손자, 손녀를 비롯해 주위 친한 사람들에게만 선물하는 이유다. 그들이 뜨개 인형을 받고 기뻐하는 모습에서 한없는 보람을 느낀다.

“명절 때 아이들에게 뜨개 인형을 줬더니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돈보다 훨씬 멋진 선물이라는 것을 그때 알았습니다.”

 뜨개 인형 만들기는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손을 쉴 새 없이 움직이고 머리 속으로 형태를 그리다 보면 치매가 예방되는 느낌이다. 실제 정 할머니는 공중파 TV의 건강 프로그램에 소개되기도 했다.

 정 할머니는 최근 춘천시립도서관에서 ‘뜨개 인형의 춘천 나들이전’이라는 전시회를 열고 자신이 만든 뜨개 인형 70점을 선보였다. 정 할머니의 전시회는 2010년 지역 문화단체의 주선으로 한 카페에서 열린 이후 두 번째. 시립도서관이 책 축제를 열면서 부대 행사로 전시회를 제안했고, 정 할머니가 이를 수락했다.

 정 할머니는 “취미 삼아 시작한 일이 내 인생에 큰 부분이 됐다”라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많은 인형을 준비해 세 번째 전시회도 열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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