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요람 ‘X-LAB’ 통해 39개월간 300여 개 벤처 꿈키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7일 03시 00분


[청년이 희망이다]창업가 키우는 글로벌 공대

 1911년 설립됐다. 올해 영국 대학평가기관 QS의 조사에서 세계 종합 25위, 영국 주간지 타임스하이어에듀케이션(THE)의 평가 순위에선 18위를 기록했다. 교훈은 ‘자강불식 후덕재물(自强不息 厚德載物·쉬지 않고 정진에 힘쓰고 덕성을 함양해 만물을 품는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과 부인 류융칭(劉永淸) 여사, 우방궈(吳邦國) 전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가 동문이다.

 

 

 중국 이공계 최고 명문인 칭화(淸華)대의 창업 요람은 ‘칭화 X-LAB’이다. 칭화대 산하 기업 치디즈싱(啓迪之星·계도하고 이끌어주는 별)이 2013년 4월 설립했다. ‘X’는 미지의 세계, 다양한 분야가 교차한다는 뜻을 담아 붙인 알파벳이다. 칭화 X-LAB을 이곳 학생들은 창의(創意) 창신(創新) 창업(創業)의 세 개의 창(創)이란 뜻에서 ‘싼촹(三創) 공간’으로 부르기도 한다. 

 칭화대 학생과 석·박사 과정의 창업을 돕는 칭화 X-LAB은 베이징(北京) 칭화대의 칭화과기원(科技園) 빌딩 지하에 있다. 7일 찾은 이곳은 중국의 국경절 연휴 기간임에도 515m²(약 156평) 공간을 메운 100명 넘는 창업 준비생으로 열기가 넘쳤다.

 

○ 생면부지의 젊은이들이 아이디어로 뭉치는 곳

중국 칭화대 학생들을 위한 ‘칭화 X-LAB’에는 국경절 연휴임에도 100명이 넘는 창업 준비생들이 나와 아이디어와 씨름하고 있었다. 오른쪽으로 이곳에서 만들어진 벤처나 아이디어 단계의 프로젝트들을 소개하는 카드들이 줄줄이 매달려 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 칭화대 학생들을 위한 ‘칭화 X-LAB’에는 국경절 연휴임에도 100명이 넘는 창업 준비생들이 나와 아이디어와 씨름하고 있었다. 오른쪽으로 이곳에서 만들어진 벤처나 아이디어 단계의 프로젝트들을 소개하는 카드들이 줄줄이 매달려 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칭화 X-LAB에는 칭화대 학생이 아닌 젊은이들이 더 많아 보였다. 10여 명의 동료와 팀을 이뤄 인터넷 쇼핑몰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던 하한(哈含·여) 씨는 헤이룽장(黑龍江) 성 하얼빈(哈爾濱)대 4학년으로 계산기공학을 전공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올해 7월 칭화대 학생이 인터넷에 올린 구인 광고를 보고 이 팀에 합류했다. “팀원들은 모두 여기 와서 알게 됐어요. 베이징은 물론이고 허난(河南) 푸젠(福建) 성 등 전국에서 모인 사람들이죠. 우린 특정한 프로젝트를 위해 인터넷을 통해 모였고, 목적이 달성되면 흩어질 겁니다.”

 이름을 밝히지 않는 조건으로 취재에 응한 차이(蔡·23)모 씨는 산시(山西) 성 타이위안(太原)에서 왔다고 했다. 지난해 7월 산시 중베이(中北)대를 졸업한 그는 인터넷으로 만난 팀원 5명과 인터넷을 통한 외국어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프로그램 개발이 끝나면 대기업에 팔아 팀원 모두 그 회사의 구성원이 될 수 있습니다. 아니면 프로그램만 팔고 다른 아이템 개발에 나설 수도 있고요.”

 칭화 X-LAB은 이처럼 창업 아이디어를 가진 생면부지의 젊은이들이 전국에서 모여들어 창의를 발휘하는 곳이다. X-LAB 담당자인 왕징징(王竟菁) 씨는 “칭화대 학생이 팀원으로 포함되고 어느 정도의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라도 간단한 심사를 거쳐 입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X-LAB의 한쪽 벽에는 A4용지 절반 크기인 형형색색의 카드가 줄줄이 걸려 있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회사나 아직 아이디어 단계인 프로젝트의 개요를 담은 카드들이다. 아이디어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 대학의 전폭적 지원에 매월 7.7개 벤처 창업


 칭화대는 다양한 창업 지원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의 창업을 돕는다. 먼저 멘토 프로그램이다. X-LAB 입구 벽에는 각 분야에서 창업에 성공한 기업인과 창업 관련 전문가 등 멘토 50여 명의 사진과 직함이 한가득 붙어 있다. 이곳에 입주한 창업 준비생들은 멘토들에게 일대일 무료 상담을 받을 수 있다. X-LAB 안에 마련된 상담실에서는 창업 준비생과 멘토가 진지하게 대화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2014년부터는 매년 한 차례 대학 총장배 창업 아이디어 경연대회를 개최한다. 에인절투자자와 만남을 주선하고 회사 설립 실무 지원도 한다. 이달 중순엔 이 대학 경제관리학원의 ‘창신창업 및 전략학과’ 주최로 X-LAB의 4번째 강좌인 창업학습캠프가 개설됐다. 10차례 강의와 워크숍 1회, 5차례의 전문지도로 구성돼 12월 중순까지 이어진다. 수강료는 1인당 5000위안(약 90만 원)이다.

 치디즈싱에서 대외협력 업무를 맡고 있는 쑤타나(蘇塔娜) 디렉터는 “X-LAB이 문을 연 이후 올해 6월까지 39개월간 8000여 명이 이곳을 거쳐 갔고, 300개가 넘는 기업이 만들어졌으며, 96개 기업이 투자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직 역사가 오래지 않아 상장까지 마친 기업은 없다”고 덧붙였다. X-LAB의 홈페이지에는 정보기술 의료 환경보호 서비스 교육 문화 등 7개 분야 106개 기업의 창업 성공 사례가 소개되어 있다. 올해 3월 허베이(河北) 성 스자좡(石家莊)에 설립된 ‘허베이보잉(博鷹)항공과기유한공사’는 베이징리궁(北京理工)대 일본 나고야 메이조(名城)대 출신들이 X-LAB에서 만나 일군 벤처로 최첨단 무인비행기 개발을 하고 있다.

○ ‘창업 강국’ 실현에 앞장서는 칭화대 

 칭화대에는 학생들을 위한 칭화 X-LAB 말고도 졸업생과 일반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창업 지원 프로젝트들이 있다. 중국 최고의 명문 공대라는 자부심에 걸맞게 창업 인재들을 도와 중국을 ‘창업 강국’으로 이끌겠다는 책임감이 있기 때문이다. 칭화과기원과 경영관리학원이 공동 개설한 ‘칭화 드림 강좌’에는 지금까지 120개 팀이 참가해 이 중 절반이 강좌 수료 후 창업을 했다. ‘치디즈싱 육성계획’ 프로젝트는 매년 1000회 넘게 창업 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해 지금까지 3000개가 넘는 기업을 인큐베이팅했다.

 베이징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중관춘(中關村)에는 벤처 카페가 밀집해 있는 ‘촹예다제(創業大街)’가 있는데, 이 거리도 치디즈싱이 기획해 조성했다. 칭화대의 칭화관리학원은 지난해 1월 이곳에 ‘창업자가속기(X-elerator)’라는 창업 컨설팅 회사를 차려 창업과 관련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쑤타나 디렉터는 “칭화대처럼 교육과 창업 지원, 기업 운영 등을 한 대학이 모두 하는 곳은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 것”이라고 자랑했다. 중국의 최대 반도체 회사인 칭화유니반도체도 칭화대 산하 회사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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