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껍질 떡갈비 - 돼지비계 동그랑땡… 학교-회사 7300곳 납품

경찰, 식품업체 대표등 19명 입건

　

닭 껍질 등 저질 재료로 만든 떡갈비와 동그랑땡 등을 전국 학교와 회사 등 7297곳에 납품한 축산물 제조·가공업체 대표 등이 경찰에 붙잡혔다.

　전북 군산경찰서는 31일 저가 원료를 사용하거나 함량 미달의 불량재료로 만든 식품을 유통한 혐의(축산물위생관리법 위반)로 경기 화성시의 식품업체 A사 대표 노모 씨(56·여)와 공장장 등 임직원 1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노 씨 등은 2013년 1월부터 올 2월까지 전국 초중고교 4459곳과 회사 2838곳에 300억 원 상당의 불량식품을 납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해 관할 시청에 제출한 품목제조보고서와 다르게 소, 돼지의 지방과 닭 껍질 등 저가 원료를 사용하거나 식재료 함량을 줄여 사용했다. 제품 포장지에는 원재료를 사용한 것처럼 성분을 허위로 표시했다.

　

조사 결과 A사 제품 70개 가운데 미트볼, 떡갈비, 동그랑땡 등 55개가 함량 미달이거나 저가 원료를 사용했다. 미트볼은 돼지고기 53%, 돼지갈비살 22%로 만든다고 표시해 놓고 실제로는 돼지 뒷다리살 27.6%, 돼지비계 5.75%, 닭살 분쇄육 13.8%, 닭 껍질 5.75%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떡갈비는 돼지갈비살 52.81%, 닭고기 32.19%라고 신고하고 실제로는 돼지 뒷다리살 28.4%, 돼지비계 4.73%, 닭가슴살 잡육 21.3%, 닭 껍질 2.37%, 닭살 분쇄육 11.83%를 사용했다. 동그랑땡도 품목제조보고서에는 오징어 48.38%, 연육 16.88%로 보고하고 실제는 오징어다리 19.03%, 돼지비계 5.44%, 연육 27.18%를 사용했다.

　이들이 3년 넘게 챙긴 부당이득은 170억 원이 넘는다. A사는 식품위생 기준에 맞는 생산설비를 갖춰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으로부터 식품안전관리인증(HACCP·해섭)까지 받았다. 하지만 실제 제품 생산 때는 이처럼 값싼 원료를 사용해 비용을 줄였다. A사는 올 2월 처음 압수수색을 받은 뒤에도 기존 거래처에 단속에 걸린 제품을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단속 체계로는 가공식품의 성분 함량을 분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는 “현장에서 육안으로 재료를 확인하고 원료 수량이나 성분표 등을 점검하는 게 전부”라며 “민원 제보나 경찰 수사가 아니면 함량 부족이나 저질 재료 사용을 찾아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A사도 지자체에서 현장 단속을 나오면 제대로 된 재료를 납품받은 것으로 조작한 ‘이중장부’를 공무원에게 보여주는 식으로 단속을 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체를 관리 감독하는 화성시도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모두 3차례 정기 단속을 했지만 한 번도 적발하지 못했다. 공무원들이 단속을 나가면 업체가 제품 제조 전에 지자체에 제출한 품목제조보고서와 현장 상황을 비교한다. 제품 성분을 분석하거나 정상 원료를 사용했는지까지 확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업체 관계자가 보여 주는 서류와 재고를 육안으로 점검하는 것이 전부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적발도 지자체에 제출한 서류와 실제 배합성분서류를 달리한 ‘이중장부’를 통해 드러났다”며 “현재 성분 분석기술로는 돼지비계와 살코기를 구별해 함량을 분석해 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경찰은 압수한 제품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성분분석을 의뢰해 적발할 수 있었다. 이 관계자는 “생산 원가를 낮춰 이득을 챙기려고 성장 과정에 있는 학생들이 먹는 음식에 저질 재료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나쁘다”고 말했다. 경찰은 관할 지자체와 식약처에 업체 관리·감독에 관한 제도 개선과 행정처분을 요청했다.

군산=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