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다남은 술로 가짜양주 만들어 40억 꿀꺽

전국 술집서 손님이 남긴 술 사들여 저가 제품과 섞어 2만5000병 제조
이쑤시개 이용… 위조방지장치 無用

　전국 유흥주점에서 손님들이 마시고 남은 양주를 사들여 새 양주인 것처럼 만들어 팔아 수십억 원대의 수익을 올린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전북 전주덕진경찰서는 2일 불법 제조한 가짜 양주를 판매한 혐의(식품위생법 위반 등)로 유흥주점 업주 최모 씨(53)와 종업원 이모 씨(30)를 구속했다. 범행을 도운 종업원 김모 씨(29) 등 29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최 씨 등은 2012년 12월부터 최근까지 손님들이 마시다 남긴 여러 종류의 양주를 한데 섞어 만든 가짜 양주 2만5000병을 팔아 40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다.

　대전에서 유흥주점을 운영한 최 씨는 전국의 유흥주점에서 먹다 남은 양주를 마구 사들였다. 종업원들과 함께 경기 수원, 인천, 부산, 전북 전주 등지의 유흥주점을 돌며 ‘먹다 남은 양주 삽니다’라고 적힌 명함을 나눠주고 퀵서비스 등으로 양주가 든 생수병(500mL)을 병당 5000원에 구입해 빈 양주병에 넣어 재판매했다.

　1만5000병가량의 자투리 양주를 사들인 최 씨는 종업원 등과 함께 먹다 남긴 양주 1만5000병과 마트에서 1병에 7000원 선에 구입한 저가 양주를 1 대 1로 섞어 모두 2만5000병의 가짜 양주를 만들었다. 제조원가가 병당 1만 원 선인 가짜 양주를 손님에게는 15만 원에 팔았다. 또 5000원씩에 사 모은 남은 양주를 일부 유흥업소에 1만 원씩 받고 가짜 양주 제조용 원재료로 팔기도 했다.

　특히 이들은 양주병에 설치된 위조방지 장치를 젓가락이나 이쑤시개로 들어 올려 병목 사이에 생긴 틈으로 술을 병 안에 넣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위조방지 장치는 에펠탑 모양으로 된 추로 술병 뚜껑을 따면 자동으로 아래로 내려가면서 병목을 막아 외부에서 술을 집어넣을 수 없도록 고안된 장치다.

전주=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