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월드컵대교’ 공사가 시작됐다. 서울 마포구 증산로와 영등포구 서부간선도로를 잇는 다리다. 당시 계획대로라면 월드컵대교는 2015년 8월 완공됐어야 한다. 하지만 월드컵대교 공사의 공정은 아직 40%도 넘지 못했다. 현장에는 교각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공기(工期)를 맞추려면 매년 300억∼500억 원의 공사비가 필요한데 서울시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100억∼150억 원만 배정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내년도 예산으로 350억 원을 책정해 앞으로 본격적으로 예산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상대로 공사가 차질 없이 진행돼도 다리는 2020년 8월에야 준공이 가능하다. 당초 공기보다 5년이나 연장되는 것이다. 공사 지연으로 당초 기대했던 교통 분산 효과를 얻지 못하면서 바로 옆 성산대교는 하루 종일 정체를 빚고 있다. 성산대교의 안전등급은 ‘C등급’이다.
월드컵대교뿐만이 아니다. 주요 도로 공사의 공기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서 서울시 교통이 곳곳에서 ‘몸살’을 앓고 있다. 2일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진행 중인 주요 도로 건설 사업 26건 중 2년 이상 준공기한이 늦춰진 건 9건(35%)에 이른다. 공사 지연으로 9곳의 공사비는 4000억 원 이상 늘어났다.
올 7월 강남순환로 부분 개통과 함께 ‘교통지옥’으로 변한 서초구 우면동 일대가 대표적이다. 이곳에서 수서동으로 연결되는 8공구 건설공사는 당초 고가도로로 계획됐다. 그러나 지하차도로 바뀌면서 2003년부터 6년 가까이 공사가 중단됐다. 이 때문에 전체 공기가 10년 넘게 연장돼 2018년 7월에야 완공이 예상된다. 주민 우모 씨는 “강남순환로 개통으로 차량이 몰리는데 한쪽은 여전히 공사판이다 보니 과거 5분 걸리던 거리가 지금은 20분이 넘게 소요된다”고 토로했다. 사업비 역시 1369억 원에서 2339억 원으로 1000억 원 가까이 증가했다.
2011년 완공 예정이었던 강동구 선사로∼고덕지구 간 도로 확장공사는 사업비가 당초 572억 원에서 1461억 원으로 3배 가까이로 늘었다. 인근 주민의 민원 등으로 수차례 설계가 변경된 탓이다. 준공기한은 올해 말로 6년이나 연기됐지만 이마저도 불투명하다. 이 밖에 동부간선도로 확장(2, 3공구), 천호대로 확장, 창경궁 앞 도로 구조개선 공사 등도 예산 부족이나 보상 지연 등으로 공기가 5년가량 연장되고 사업비가 대폭 늘어났다.
공기 연장에 따른 불편과 세금 낭비를 막으려면 설계 때부터 민원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또 각종 지장물 실태를 미리 정확히 파악해야 공사 지연을 막을 수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사업성을 맞추기 위해 지나치게 낙관적인 내용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공사를 시작한 뒤 설계를 변경하는 관행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시장이 바뀔 때마다 기존 사업이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서울시 관계자는 “각종 복지사업에 쓰는 예산이 증가하면서 도시기반시설 예산 편성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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