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토단계지만 확정된 것 없다”… 사측, 폐쇄 가능성 첫 공식 언급
대량실직-연쇄도산 등 파장 예상
현대중공업이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군산조선소 독(dock·선박 건조대) 폐쇄 가능성을 공식 언급하면서 대량 실직과 연쇄 도산 등 지역경제에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군산에는 자동차 농기계 조선 등 전북의 주력 산업이 밀집해 있으나 이미 구조조정에 들어간 GM대우 군산공장에 이어 조선업까지 침몰할 경우 가뜩이나 침체된 지역경제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중공업은 1일 증시 장 마감 후 ‘일부 사업부 분사 완료 및 일부 독 폐쇄’ 보도에 대한 조회공시 요구에 대해 ‘검토 중이나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경영 효율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의 하나로 일부 사업에 대한 분사 및 군산 독 폐쇄 등을 검토하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는 것이 회사 측의 공식 입장이다. 현대중공업이 군산 독 폐쇄 가능성을 공식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정부는 2018년까지 대우조선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의 독을 31개에서 24개로 23% 축소하고 인력 규모도 6만2000명에서 4만2000명으로 32% 줄이겠다는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울산 9개, 군산 1개 등 10개의 독을 운영 중인 현대중공업은 독 3곳의 운영 중단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경우 내년 3월 이후 건조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군산조선소가 운영 중단 가능성 1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다른 조선소는 향후 1년가량의 건조 물량이 배정된 상태다.
군산조선소는 내년 3월 말로 수주 물량이 소진된다. 당초 현대중공업은 올해 군산조선소 선박 건조 물량을 13척(38만 t) 배정해 4척은 건조를 마쳤다. 나머지 9척 가운데 올해 8척을 건조하고 1척은 내년으로 넘길 계획이었다.
지난달 21일 송하진 전북도지사가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을 만나 물량 배정을 요청했지만 회사 측은 어렵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현대중공업이 내년 3월 말 이후 건조 물량이 소진되면 기본적인 독 가동 인력만 남겨둔 뒤 조선 업황을 보며 물량을 재배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독 1개만을 보유하고 있는 군산조선소의 독 폐쇄는 조선소 폐쇄나 다름없다. 독을 폐쇄했다가 2018년 이후 조선업이 글로벌 위기 상황을 벗어날 경우 재가동에 들어가는 비용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산조선소 독이 폐쇄가 아닌 잠정 중단으로 결정되더라도 협력업체의 줄도산과 대량 실직 사태가 불가피하다. 군산조선소 연계 기업은 87개사 5132명(직영 726명·사내협력 3109명·사외협력 259명·2차 사외협력 1038명)이다. 이 가운데 9월 말까지 6개 협력업체가 문을 닫으면서 703명이 실직했다.
군산조선소는 직영근로자 726명 중 567명(5월 말 기준)이 노동조합에 가입한 상태여서 가동 중단에 대한 반발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측은 군산조선소 생산직 사원과 일부 사무직을 대상으로 울산조선소 자회사로 분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산조선소 노조는 1일 노동자들의 고용 보장과 울산 이주에 따른 이주비용 및 정책지원금 등을 지원해 줄 것을 요구했다.
전북상공회의소협의회는 군산조선소 독 존치를 위한 100만 명 범도민 서명운동에 돌입할 방침이다. 전북도 관계자는 “가동 중단 등이 현실화될 경우에 대비해 해상풍력사업 참여 등으로 피해를 줄이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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