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영재=예체능 능력자? 최순실, 과거 ‘영재 농단’ 행적 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4일 16시 17분


국정 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비선 실세' 최순실 씨(60)가 과거 유치원을 운영할 당시 벌인 '영재 농단' 행적이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다.

최 씨는 1980년대 후반 서울 강남구 신사동 미승빌딩 자리에서 '초이 유치원'을 운영하고 '민 국제영재교육연구원'도 설립했다. 연구원장 시절인 1995년에는 영재의 특성을 나름대로 정리하고 영재교육 활성화방안을 모색한 '자녀의 영재성과 영재교육에 관한 부모의 인식 및 실태조사 연구'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 논문은 최 씨가 이름을 올린 역·저서 및 논문 5편 중 유일하게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에 등재돼있다.

분석 결과는 독특하다. 영재의 가장 큰 특성으로 '예체능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인 아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일반적인 영재의 특성으로 꼽히는 '높은 지능지수'나 '다재다능' 등은 최 씨의 논문에서 후순위로 밀려났다. 이는 당시 승마를 하던 조카 장시호(개명 전 장유진·37) 씨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최 씨의 딸 정유라(개명 전 정유연·20) 씨 또한 성악을 하다 승마로 전환하는 등 최 씨 특유의 영재관에 따른 교육을 받았다.

영재교육 활성화방안도 외형에 치우쳤다. 논문에서 최 씨는 영재교육을 신문 또는 주변인의 '바이럴'(입소문)을 통해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신문매체를 통한 홍보 정황도 보인다. 1995년 11월 22일자 한 일간지에는 최 씨의 연구원이 개최한 '세계 속의 한국 영재아 교육' 국제심포지엄, 1997년 11월 17일자에 연구원 영재프로그램 수강생 모집과 관련한 단신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프로그램 수강료는 월 39만 원. 1인당 평균 국민소득이 1만 달러(당시 약 1000만 원)에 그쳤고,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가 닥쳤던 상황을 감안하면 매우 고액이다. '예체능 능력자=영재'라는 최 씨의 생각과 달리 프로그램은 사고 방법, 컴퓨터과학 교육 등의 내용으로 채워졌다.

교육자로서 최 씨의 자격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국내 연구자정보 시스템에 등록된 그의 미국 석·박사 학위는 물론 학사학위도 허위이며, 저작 집필에도 실제 참여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한 유아교육학 전공 교수는 "자녀 교육에 돈을 아끼지 않는 한국 부모들의 심리를 노려 무자격자가 호화 영재교육 농단을 시도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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