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김용하]저출산 대책,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5일 03시 00분


저성장, 기술발달로 일자리 줄어드는데 출산율 감소만 걱정하는 건 모순
모두 행복할 수 있는 적정 인구에 대한 검토가 먼저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우리나라 출생아 수 감소의 끝은 어디일까? 올해 8월 출생아 수는 3만39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7% 감소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금년도 출생아 수는 43만 명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내년에도 이러한 추세가 변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출생아 수의 선행지표라고 할 수 있는 혼인건수도 금년에 처음으로 30만 건 이하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아직은 출생아 수가 사망자 수보다 많아 인구가 미소하게 증가하고 있지만 베이비부머 전후 세대의 사망률이 높아지는 2030년대 이후에는 인구가 본격적인 감소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고, 성급한 일부 학자는 한국 인구 소멸론까지 제기하는 실정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에 따른 유효수요 부족으로 디플레이션이 오게 된다는 미래학자 해리 덴트의 인구절벽론이 한국의 현실에 딱 맞게 들리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10여 년간의 각종 저출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 출산과 육아에 필요한 비용을 정부가 지원하기 위해 매년 10조 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출산율은 세계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지금도 정부와 국회에서는 저출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각종 정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불명확하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게리 베커 교수는 아이에 대한 수요도 경제학적인 비용편익분석으로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소득과 시간이 제한돼 있는 가정에서 양육에 필요한 비용과 아이를 키움으로써 얻는 즐거움을 비교해 출산을 결정하고, 경쟁이 심한 사회에서는 아이를 적게 낳아 교육비에 집중 투입할 유인이 크다고 주장했다. 가족 문제를 돈으로 계산한다는 비판을 받고는 있지만 아이를 키우는 비용 부담이 너무 과대한 우리 현실에서 베커 교수의 주장은 우리나라 저출산 현상을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데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베커 교수의 이론에 따르자면 출산과 육아에 필요한 비용에 대한 국가 지원을 대폭 확대하는 게 저출산 해법이 되겠지만 우리나라에서의 효과는 미지수다. 아이들 키우는 데 필요한 비용을 국가가 지원하는 것은 자녀를 키우는 가정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자녀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은 일단 모두 쓰고 싶어 하는 우리나라 부모들은 그렇게 돈을 써도 항상 다른 집에 비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국가가 지원하는 만큼 더 붙여서 자기 자녀에게 돈을 더 쓰는 경쟁을 중단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그 결과 출산율을 획기적으로 제고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현재 태어나고 있는 출생아 수 43만 명이 가진 의미에 대해 충분한 고려 없이 저출산을 걱정하고 있진 않은지도 돌아봐야 한다. 저출산에 따른 생산가능인구가 내년부터는 감소할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지만 현재 우리 경제는 실업률 증가가 문제가 되고 있다. 올해 9월 통계청 발표 고용동향을 봐도, 고용률은 61.0%에 불과하고 청년층 실업률은 9.4%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괜찮은 일자리는커녕 일자리 자체가 잘 늘지 않고 있고, 인공지능(AI) 등 노동절약적 기술 진보가 저성장과 맞물려 앞으로의 일자리 전망도 밝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인구 감소만 걱정하는 것은 모순이다. 빠르게 늘어나는 노인 인구 부양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출산율만 높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낮은 청년 고용률, 50% 수준의 여성 고용률, 중장년층 남성의 높은 조기 퇴직률 등 현 세대의 취업에도 명쾌한 해답을 주지 못하는 경제구조에서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는 진단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일본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의 국가들이 우리와 유사하게 저출산이 심각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변변한 자원 하나 없이 좁은 국토에서 힘들게 일하지 않으면 살기 힘든 경제적 환경이 저출산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물론 국가 입장에서 출산율이 끝없이 추락하는 게 바람직하지는 않을 것이다. 언젠가는 멈추어야 한다. 출산 보육 교육에 필요한 외형적인 비용을 국가가 적절히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저성장 국면에서도 행복하게 살 만한 나라가 되지 않으면 출산율은 높아지기 힘들 것이다. 국내총생산(GDP)을 높이는 데는 인구가 중요하지만 개인의 행복도를 결정하는 데는 1인당 GDP가 더 중요하다. 국민 행복을 최대화할 수 있는 미래 대한민국의 적정 인구에 대한 심층적 검토가 선행돼야 하고, 이를 기초로 새로운 인구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저출산#출생아 수 감소#양육#출산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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