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서울!/박한규]지방 혁신도시에 적응하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5일 03시 00분


 3만 명 이상이 근무하는 102개의 공공기관 본부들을 10개 혁신도시로 옮기는 일이 최근 마무리되었다. 나도 지금 서울에서 김천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주율이 평균 29.4%에 그친다고 하지만 나는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그래도 이곳으로 옮겨 오기 전까지 34년을 서울을 본거지로 살았으니 생활 터전은 서울이다. 그래서인지 서울 나들이가 잦다. 금년 3분기에만도 스무 번 기차를 타면서 82만 원 정도를 지출했다. 이 중 80%가 서울행이었고 또 그중 80%가 업무 관련이었다.

 2013년부터 2년간 세종대로에 있는 정부서울청사 본관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1970년 준공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회전문이 설치된 첨단 건물이었다는데 내가 근무할 때는 주변에서 드물게 춥고, 덥고, 좁고, 낡은 건물이었다. 정부 부처 광화문 시대의 변화는 1982년 경기 과천으로의 이전으로 시작하여 1997년 대전 그리고 2012년 시작한 세종시로의 이전까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공공기관의 이전이든 정부 부처의 이전이든 같은 맥락인데 지나친 집중화의 폐단이 가장 큰 요인이다. 그런데 최근 이전한 공공기관과 정부 부처의 근무자들이 길에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많아 업무의 효율성은 고사하고 정상적 수행조차 어렵다는 소리가 높다. 지난 여러 차례의 정부 부처 이전 과정에서도 비슷한 소리는 늘 있었다. 왜 이런 이야기는 반복되는 걸까?

 인간은 기본적으로 변화 저항적이다. 아무리 사소한 변화라도 적응의 불편을 반드시 수반한다. 동전의 양면이다. 전화기를 발명한 알렉산더 벨의 첫 통화는 조수에게 한 것이었는데 할 말이 있으니 자기에게 좀 다녀가라는 내용이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원격 대화가 가능한 혁명적 도구를 발명한 그마저도 하루아침에 적응하기는 어려웠던 모양이다.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일을 처리하는 근접 친밀성과 과밀 해소를 위한 격리 분산을 동시에 만족시킬 대안은 과연 없을까? 2014년 세계 원유의 15%를 공급하는 외국 회사에 근무할 때는 매주 1회 이상 아시아는 물론이고 전 세계 각국의 지점 또는 외부 파트너들과 전화 또는 화상 회의로 업무를 수행했다.

 혁신 전문가 구본형은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라는 책을 남겼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위치한 정자에서 파는 술이나 차가 싸기를 바라는 것은 곤란하다. 조건이 바뀌면 새로운 발상으로 대안을 모색하거나 덜 중요한 것을 포기해야 한다. 덜 중요한 것을 버리고 더 중요한 것을 취하면서 인류는 발전해 왔다. 지혜와 인내가 필요한 시기다.
 
―박한규
 

※필자(54)는 서울에서 공무원, 외국 회사 임원으로 일하다 경북 김천으로 가 대한법률구조공단 본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지방 혁신도시#공공기관#정부서울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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