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에 대학 교수 출신 인사들이 대거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대학가에서 '폴리페서(정치참여 교수)'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6일 검찰에 구속된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은 성균관대, 출국이 금지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한양대 교수 출신이다.
이 가운데 안 전 수석은 지난달 31일 성균관대에 사표를 제출해 3일 수리됐다. 하지만 김 전 차관은 적어도 현재로서는 다시 학교에 복귀할 수도 있어 "학교 측이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신을 '성균관대 경제대학 10학번 최○○'라고 밝힌 한 학생은 지난달 27일 고내 건물에 '학교는 안종범 교수를 파면해야 한다'는 대자보를 붙였다. 최 씨는 정현식 K스포츠재단 전 사무총장이 "최순실 씨와 안 전 수석의 지시로 SK에 80억 원을 요구했다"고 보도한 본보 기사를 인용하며 "더 이상 학교와 경제대학의 명예가 짓밟히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고 성토했다. 성균관대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 같은 내용의 '성균관대 대신 전해드립니다'에는 6일까지 540명이 넘는 사용자가 공감을 표시했다.
성균관대 인터넷 커뮤니티 '성대사랑'에도 지난달 29일 "안 교수가 복귀해 재정학 강의를 하면 '기업 협박해서 돈을 뜯어내 재정을 확보하겠다'라고 답안지를 써내면 되는 것이냐"는 등 안 전 수석을 조롱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한양대에서도 김 전 차관의 수업을 들었다는 한 학생이 익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렸다. 이 학생은 "(김 전 차관이) 학장이 된 1년 만에 바로 공직에 가더니 각종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받는 상황이 됐다"며 "다시 교수가 돼 학교로 돌아오는 건 절대 반대"라고 밝혔다. 김 전 차관의 수업을 들었던 한 4학년 학생도 "교수 시절 수업보다 딸랑딸랑(아부한다는 의미)거리며 대외 인맥 쌓기에만 치중해 별명이 '벨(bell) 킴'이었을 정도였다"며 "원래도 신뢰받는 교수가 아니었는데 학교로 복귀하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말했다.
연세대에서도 최근 김형수 전 미르재단 이사장(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장)이 검찰에 소환되자 대학원생들이 '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느냐'는 대자보를 붙이고 사과와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개인의 영달을 위한 교수의 정치 참여가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정치권이나 정부에서 일하는 교수는 학생들을 생각해서라도 도덕성을 원칙으로 삼아야 하는데 불미스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자칫 모든 정치 참여 교수가 나쁘다는 식으로 연결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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