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국회의원들에 이어 새누리당 소속의 심재철 국회부의장도 어제 ‘최순실특별법’을 발의했다. 대통령과 측근 민간인의 부패 범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없애고 국내외 은닉 재산을 몰수·추징한다는 내용이다. 현행법상 공무원이 아닌 최순실 씨 같은 민간인은 부패 범죄로 형성한 재산을 환수할 법적 근거가 없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특별입법에까지 나선 것은 최 씨 일가가 공공기관을 통해 재산을 치부한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인이라도 공직자를 통하거나 공익재단, 교육재단, 종교 등 공적 성격을 갖는 기구를 통해 형성한 부정 재산에 대해서는 배임, 횡령, 직권남용의 죄를 적용해 재산을 몰수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최 씨 가족이 권력을 등에 업고 빼돌린 국민 혈세와 기업 돈을 차명 계좌는 물론이고 조세회피처에 숨겼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최 씨와 형제들의 재산은 드러난 것만 4000억 원대다. 최 씨가 20대에 서울 강남에 빌딩을 갖는 등 막대한 재산을 형성하게 된 데는 부친 최태민 씨가 1970년대 퍼스트레이디였던 박근혜 대통령을 등에 업고 기업들로부터 거액의 돈을 뜯어낸 것에서 비롯됐다는 증언들이 잇따랐다. 30, 40년 전 일에 대해 소급입법(遡及立法)을 할 수 없다는 견해도 있으나 전두환특별법이나 친일재산환수법 같은 입법 전례도 있다. 최태민 수사 기록도 있고 그를 수사한 검사들도 살아있으니 지금이라도 ‘최순실 일가의 재산’이 돼 있을 최태민 재산 명세를 밝혀야 한다. 프랑스에서는 2011년 범죄행위로 의심되는 재산의 경우 형성 과정을 피의자가 소명하지 못하면 국가가 환수하도록 형법을 개정했다.
각종 명분을 내세워 기업들로부터 돈을 뜯는 ‘정경유착’ 고리도 이참에 끊어야 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순식간에 이상한 재단에 수백억 원을 모아준 것은 권력의 힘이 작용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관행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면 ‘정경유착 방지법’ 도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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