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융성위원회(융성위)는 올 초부터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해오던 한식세계화 사업의 주도권을 가져와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과 연계하는 방향으로 이끌었다. 관중몰이 등 평창 겨울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한국 전통문화를 올림픽에 접목해 ‘문화올림픽’을 치르겠다는 명목이었다. 하지만 당시 농식품부가 잘 운영하던 사업에 왜 문체부 등이 나서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본보 취재 결과 ‘비선 실세’ 최순실 씨(60)의 입김에 정부 정책이 바뀌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본보가 단독 입수한 ‘대외주의’ 표지가 붙은 문체부 ‘한식진흥정책 추진 방안’(올해 3월 작성) 문서에는 ‘한식문화 진흥에 대한 VIP(대통령)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지’ 명목으로 주요 추진 과제들이 제시됐다. 대통령의 관심 근거는 문서 작성 16개월 전인 2014년 11월 세계 저명 셰프 초청 오찬에서 박 대통령이 남긴 ‘말씀’이다. 박 대통령은 “한식이 세계인들이 즐기는 음식문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추진 방안’ 문서 주요 추진 과제에는 ‘평창 겨울올림픽과 연계된 한식문화 확산’이 처음 등장한다. 아시아 미식 분야의 시상식인 ‘Asia's 50 Best Restaurant’ 행사 2018년 유치, 한식전문 잡지 발간 등이 담겨 있다. 한 달 뒤인 4월 11일 열린 융성위 2기 첫 공식 회의인 제5차 회의에서도 박 대통령 앞에서 평창 겨울올림픽과 연계된 한식문화 확산 추진 과제가 집중적으로 제시됐다. 융성위 1기 회의, 지난해 12월 2기 출범 후 열린 사전 임시회의에서도 언급되지 않던 부분이다.
본보가 단독 입수한 올해 4월 문체부 작성 자문회의용 문서에도 ‘한식부문 풀본(완전본)’으로 융성위가 평창 겨울올림픽을 겨냥해 제시한 여러 추진 과제가 담겨 있다. 자문회의에 직접 참석했던 한 한식 분야 전문가는 “평창 겨울올림픽에 초점을 맞춘 듯한 한식세계화 관련 융성위 회의 자료가 길게 붙어 있어 몇 마디 말도 못 하고 왔다. 이미 답이 정해진 것 같았다”고 전했다.
최 씨는 이미 한식세계화 사업에도 손을 대고 있었다. 지난해 10월 설립된 미르재단은 설립 한 달 만에 농식품부와 한식 연계사업을 했던 프랑스 요리학교 에콜페랑디와 요리학교 설립 협약을 맺었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며 협약은 파기됐지만 당시부터 문체부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한식세계화 사업의 주도권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이런 정부의 정책 변화는 최 씨와 조카 장시호 씨(37)가 평창 겨울올림픽을 염두에 두고 K스포츠재단 및 차명회사 등을 통해 각종 이권사업을 벌이던 시기와 절묘하게 맞물려 있다. 최 씨 소유의 ‘더블루케이’가 올해 1∼3월 스위스 건설회사인 ‘누슬리’와 업무제휴를 맺고 평창 겨울올림픽 개·폐막식장 공사 수주를 시도했다. 장 씨는 문체부가 추진 중인 스포츠 유망주 교육시설인 ‘K-스포츠타운’을 장악하기 위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와 스포츠마케팅 회사인 더스포츠엠을 세웠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VIP 관심 사항’으로 갑자기 추진된 한식진흥정책도 결국 ‘최순실 관심 사항’이던 평창 겨울올림픽 몰아 주기용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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