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리더 인터뷰]‘발로 뛰는’ 사회복지 대표… “작은 정성이 모여 큰 온정이 됩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4일 03시 00분


부산연탄은행 강정칠 대표

2004년부터 부산연탄은행을 운영하고 있는 강정칠 대표는 “한파에도 여전히 연탄에 의지하는 이웃들의 삶은 정말 고되다”며 도움을 간절히 호소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2004년부터 부산연탄은행을 운영하고 있는 강정칠 대표는 “한파에도 여전히 연탄에 의지하는 이웃들의 삶은 정말 고되다”며 도움을 간절히 호소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조만간 연탄을 전달하기로 약속한 집을 둘러보고 오는 길입니다.”

 9일 오후 부산 서구 부산연탄은행에서 만난 강정칠 대표(47)는 작업복을 입고 있었다. 그는 부산에서 ‘발로 뛰는’ 지역 사회복지 대표로 유명하다. 정부 지원 한 푼 없이 오로지 후원만으로 2004년부터 매년 1000가구 이상의 가정에 연탄을 지원해 오고 있다. 주민 150여 명을 위한 무료 급식, 중고교생 20여 명을 위한 공부방 등 저소득 가정을 대상으로 꾸준히 봉사를 하고 있다. 매년 3000포대가 넘는 쌀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찾은 부산연탄은행은 월세 100만 원을 내고 운영되고 있었다. 강 대표는 “변변한 건물 하나 없이 직원 4명이 아주 적은 월급을 받고 일하지만 열정만큼은 여느 사회복지단체 직원 못지않다”며 “인맥이나 후원을 받기 위한 기획력 등이 부족해 이런 환경을 만든 것 같아 그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라고 했다.

 강 대표는 현직 목사다. 경남 하동에서 태어난 그는 2세 때 아버지를 여읜 뒤 조부모 손에서 자랐다. 어머니는 누나들과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부산에서 식당일을 했다고 한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신문 배달을 했고 차비를 아끼기 위해 매일 20km를 걸어서 통학했다. 강 대표는 “힘든 형편이었지만 당시 할머니와 어머니께선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는 따뜻한 마음을 갖고 계셨다”며 “20대 때 원인 모를 병으로 장기간 몸이 아파 신앙의 힘에 의지했고 병을 이겨낸 뒤 신학대로 진학했다”고 말했다. 청년 시절 서울에서 다니던 교회의 주임목사였던 허기복 밥상공동체 복지재단 대표와 인연을 맺게 된 게 부산연탄은행을 세운 계기였다고 한다.

 그런 그의 속이 요즘 새까맣게 타들어 간다. 후원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연탄은행이라는 기관 이름 덕택에 겨울철 후원이 몰렸으나 최근 들어서는 이마저도 크게 힘든 상황이다. 강 대표는 “지난해부터 목표보다 30% 정도 후원이 줄었다. 한 해 5000만 원 정도 후원하던 지역의 유력 은행도 갑자기 후원을 끊었고, 1000만 원씩 온정을 보태던 일부 공기업도 마찬가지다”라고 털어놨다.

 강 대표는 과거 몇 차례 후원한 뒤 겨울만 되면 연탄을 나르는 모습을 이용해 홍보하는 데 사용하는 일부 기관이 야속하다고 했다. 어떤 정치인은 선거 때만 되면 이곳을 집중 방문한 뒤 이후에는 별다른 지원도 하지 않고 관심도 가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 대표는 어떤 상황에서든 꾸준히 온정을 베푸는 부산지방변호사회, 부산환경공단, 한국거래소, KT 등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매달 1000원에서 수십만 원을 내는 270여 명은 그의 든든한 정기 후원자들이다. 특히 그는 “10년 가까이 매달 50만 원을 보내면서도 얼굴 한 번 못 본, 따뜻한 기부자도 있다”며 “한번은 너무 감사한 마음에 연락했더니 ‘목사님께 대신 심부름을 시켜 죄송하다’고 말한 후원자도 있었다”고 했다.

 부산 전역에 아직 연탄을 때는 곳은 2500가구 정도로 알려졌다. 정확한 통계는 파악되지 않는다. 강 대표는 “10년 전과 달리 요즘은 형편이 조금만 나아져도 연탄을 때지 않는다”며 “아직 연탄에 의지한다는 건 정말 생활이 어려운 가정인 만큼 작은 정성이 큰 온정을 선물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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