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를 시작으로 지진이 계속 발생해 학교 시설물이 안전한지 걱정이 커지고 있지만 서울시교육청의 내진보강 계획은 오히려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엔 매년 400억 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내년도 예산안에는 290억 원만 편성됐다. 이 예산으로 서울시내 모든 학교에 지진 대비를 하려면 약 25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2017년 예산안에 재해 대비와 학생 건강 유해환경 해소 등 안전관리사업에 534억 원을 편성했다. 이 중 학교 건축물의 내진보강에 290억 원, 석면제거에 195억 원을 각각 편성했다.
지진 등으로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관리 사업 예산은 전년도에 비해 두 배 수준으로 많아졌다고 시교육청은 설명했다. 하지만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고 당초 계획에 비해서도 후퇴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시내 학교 건물 3451동 가운데 내진설계가 된 건물은 917동(26.6%)에 불과하다. 나머지 2534동에 내진보강을 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은 총 7154억 원. 시교육청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18년간 매년 400억 원을 투자해 2034년까지 서울시내 학교 건물 전체에 내진보강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서울시의회 등에 보고했다.
그런데 최근 발표한 2017년도 예산안에 편성된 내진보강 예산은 당초 계획에서 약 30% 삭감된 290억 원에 불과했다. 내년 수준의 예산으로 서울시내 전체 학교의 내진보강을 완료하려면 24.7년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교실의 석면제거 계획도 후퇴했다. 교체가 필요한 교실은 4만6243개로 3283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시교육청은 10.9년간 매년 300억 원을 투자해 2027년까지 교실에서 석면을 완전히 추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내년도 예산안에는 195억 원만 반영됐다. 계획보다 3분의 1이 줄어든 이 예산으로는 16.8년이 소요된다. 시교육청은 내진보강과 석면제거를 위한 우선순위를 정해 공사에 나설 계획이다.
서울시의 지원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서울시가 내년도 예산안에 편성한 학교 건물 내진보강 관련 예산은 이재민 수용시설 지정 학교의 내진성능 평가 예산 3억3000만 원이 전부다. 석면제거 예산은 편성되지 않았다.
시교육청은 중앙정부 차원의 추가 지원을 바라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11일 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내진보강과 석면제거는 교육청 재원만으로 추진하기 어렵다”며 “현재 내국세의 20.27%인 지방교육재정 교부율을 한시적으로 올려 해결하는 방안 등을 국회에 제안했다”고 말했다.
국회는 학교 시설의 내진보강 등을 앞당기기 위해 관련법 개정에 나섰다. 현재 재해로 인한 피해 복구에만 사용할 수 있는 ‘재해대책수요 특별교부금’을 재해 예방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하지만 교육당국이 학생들의 안전 확보에 무심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시교육청이 2011∼2015년 내진보강에 사용한 예산은 139억 원에 불과했다. 서울시내 한 고교 교장은 “교육감들이 자신들이 공약으로 내건 사업에는 예산을 아낌없이 투입하면서도 가장 기본적인 학생들의 안전 확보를 위한 사업에는 상대적으로 무신경한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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