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흔적도 보기싫다” 공공장소 철거 민원 잇따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5일 17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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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청사 앞에 설치된 대통령 휘호가 적힌 표지석.
세종시청사 앞에 설치된 대통령 휘호가 적힌 표지석.
"박근혜 꼴도, 흔적도 보기 싫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기념사진이나 휘호 등을 공공장소에서 치워달라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박 대통령의 흔적조차 보고 싶지 않다는 국민적 거부감이 반영된 현상으로 보인다.

충남 서산버드랜드는 민원인들의 항의에 못 이겨 전시관에 진열했던 박 대통령 방문 사진을 이달 초 철거했다고 15일 밝혔다. 서산시 부석면의 서산버드랜드는 천수만의 세계적인 철새도래지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체험관광지로 운영하는 서산시 사업소다.

박 대통령은 8월 4일 국내 관광산업 육성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강조하면서 이곳을 방문했다. 버드랜드 측은 이날 찍은 박 대통령 방문사진 여러 장을 가로 60㎝, 세로 100㎝ 크기의 액자로 제작해 전시관 등 5곳에 진열했다. 박 대통령이 방문했다는 알려지면서 관람객이 40%가량 늘어났다.

박 대통령을 전면에 내세운 홍보 전략이 맞아 떨어져 기뻐하던 버드랜드 측은 불과 두 달 만에 정반대 상황에 직면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치솟으면서 오히려 관람객들의 항의가 줄을 잇기 시작한 것이다. 관람객들은 "당신들(버드랜드 관계자들)은 뉴스도 안보냐"거나 "정말 분위기 파악 못하는 것 같다"며 대통령의 방문 사진을 걸어 놓은데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버드랜드 관계자는 "고민 끝에 일단 5개의 액자를 모두 철거했다"며 "공공기관이어서 대통령의 기념방문 사진을 섣불리 철거하기도 곤란했지만 관람객들의 정서를 무시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시민단체인 세종참여연대는 세종시청사 앞에 설치된 대통령 휘호가 적힌 표지석을 철거해달라는 민원을 15일 세종시에 냈다. 이 표지석에는 지난해 7월 16일 세종시 신청사 개청을 기념해 박 대통령이 직접 쓴 것으로 알려진 '세종특별자치시청'이란 친필 휘호가 새겨져 있다.

이 단체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헌법을 유린한 박 대통령의 휘호가 세종시를 대표하는 표지석에 새겨져 있다는 것은 세종시민의 수치이자 모욕"이라며 "민심의 바다를 떠난 대통령의 휘호를 단 하루라도 남겨두는 것은 역사적 오류이자 치욕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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