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기념사진이나 휘호 등을 공공장소에서 치워달라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박 대통령의 흔적조차 보고 싶지 않다는 국민적 거부감이 반영된 현상으로 보인다.
충남 서산버드랜드는 민원인들의 항의에 못 이겨 전시관에 진열했던 박 대통령 방문 사진을 이달 초 철거했다고 15일 밝혔다. 서산시 부석면의 서산버드랜드는 천수만의 세계적인 철새도래지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체험관광지로 운영하는 서산시 사업소다.
박 대통령은 8월 4일 국내 관광산업 육성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강조하면서 이곳을 방문했다. 버드랜드 측은 이날 찍은 박 대통령 방문사진 여러 장을 가로 60㎝, 세로 100㎝ 크기의 액자로 제작해 전시관 등 5곳에 진열했다. 박 대통령이 방문했다는 알려지면서 관람객이 40%가량 늘어났다.
박 대통령을 전면에 내세운 홍보 전략이 맞아 떨어져 기뻐하던 버드랜드 측은 불과 두 달 만에 정반대 상황에 직면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치솟으면서 오히려 관람객들의 항의가 줄을 잇기 시작한 것이다. 관람객들은 "당신들(버드랜드 관계자들)은 뉴스도 안보냐"거나 "정말 분위기 파악 못하는 것 같다"며 대통령의 방문 사진을 걸어 놓은데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버드랜드 관계자는 "고민 끝에 일단 5개의 액자를 모두 철거했다"며 "공공기관이어서 대통령의 기념방문 사진을 섣불리 철거하기도 곤란했지만 관람객들의 정서를 무시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시민단체인 세종참여연대는 세종시청사 앞에 설치된 대통령 휘호가 적힌 표지석을 철거해달라는 민원을 15일 세종시에 냈다. 이 표지석에는 지난해 7월 16일 세종시 신청사 개청을 기념해 박 대통령이 직접 쓴 것으로 알려진 '세종특별자치시청'이란 친필 휘호가 새겨져 있다.
이 단체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헌법을 유린한 박 대통령의 휘호가 세종시를 대표하는 표지석에 새겨져 있다는 것은 세종시민의 수치이자 모욕"이라며 "민심의 바다를 떠난 대통령의 휘호를 단 하루라도 남겨두는 것은 역사적 오류이자 치욕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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