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버스는 시내버스 등 노선버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험하다. 전세버스의 사고 위험이 높은 이유는 산업 구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노선버스는 운송회사가 직접 운전사를 고용해 월급을 주며 관리한다. 버스도 회사가 직접 소유하고 정비도 철저히 하는 편이다.
이에 비해 전세버스는 회사가 운전사를 고용하고 차량을 직접 소유하는 비중이 낮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회사가 직접 소유한 전세버스 비중은 55%다. 나머지는 지입버스다. 이는 개인 소유 버스이지만 회사 브랜드를 달고 운행하는 버스를 의미한다. 소유주가 직접 운전하고 차량 정비, 보험료 등 유지 관리의 책임도 진다.
이는 안전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차주는 일감 확보를 안전보다 우선시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 같은 가을 성수기엔 차량 정비를 조금 늦추더라도 일을 더 하는 편이 낫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세버스 회사별 사고공시제도를 제안한다. 버스별로 최근 3년간 교통사고 건수와 사망자, 중상자, 경상자 수를 일반 소비자에게 공개하는 제도다. 현재 초등학교 등에서 수학여행 갈 때 교육청을 통해 전세버스 회사의 사고 이력을 조회할 수 있다. 회사별 사고공시제도가 도입되면 일반인도 이를 알 수 있게 된다.
공신력 있는 기관을 통해 전세버스 회사별 사고기록이 공개되면 사고 발생률이 낮은 회사에 대한 선호도는 높아지고 그 반대의 경우 외면받을 것이다. 또 운송회사는 지입버스와 위·수탁 계약을 맺을 때 안전관리 여부를 꼼꼼히 챙기게 된다. 음주운전이나 대형사고 기록을 갖고 있는 지입버스와는 계약을 거부할 수도 있다.
지입버스의 안전관리를 회사가 책임지겠다고 나설 수도 있다. 안전하지 않으면 회사가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수한 운전사와 지입 차주를 뽑아야 하기 때문에 인건비가 늘어나는 등 회사 수익이 줄어들지도 모른다. 이는 자연스럽게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이제 안전을 위해 적절한 수준의 비용을 지불할 수 있을 만큼의 경제적 여유는 있다.
사고공시제도가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대형사고 발생 시 운전사뿐 아니라 회사도 강력하게 처분하는 관행이 자리 잡아야 한다. 전세버스가 얼마나 안전한지 회사 이름만으로 판별하기는 어렵다. 만약 사고공시제도가 있다면 이런 불안감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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