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 취업을 위해 토익시험을 준비 중인 대학생 최모 씨(25). 과외로 번 돈 40만 원을 내고 한 토익학원의 ‘100% 환급반 인강(인터넷 강의)’을 신청했다. 강의에 빠지지 않고 일정 성적 이상을 얻으면 수강료를 환불해주는 강의다. 최 씨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빠짐없이 강의를 들었다. 그러나 최근 출석 체크에 오류가 발생하면서 수강료 환급은 물거품이 됐다.
최 씨는 “나중에 다시 보니 광고 하단에 작은 글씨로 ‘스마트폰으로 강의를 들으면 출석 인증이 안 될 수 있어 가능하다면 PC를 통해 출석 확인을 하라’는 문장이 있었다”며 “학원비를 아끼려고 기를 써서 수업을 듣고 꼬박꼬박 출석 체크한 것이 무용지물이 됐다”고 말했다.
최근 토익과 토플 등 각종 어학시험 응시생과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험생, 공무원시험 준비생(공시생) 등을 대상으로 학원들이 ‘100%, 200% 환급, 0원 합격반’ 강의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실제 혜택을 받기는 ‘하늘의 별 따기’여서 수강생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수강료 환급 제도는 학령인구가 줄면서 학원가 사정이 어려워지자 유행처럼 퍼지고 있는 신종 마케팅 방식이다. ‘100% 출석에 토익 850점 달성 시 150% 환급’ ‘출석만 하면 100% 환급, 성적에 따라 최대 200% 환급’ 등 광고문구로 수험생들을 유치하고 있다. 수능 인강의 경우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와 의·치대 합격은 300% 환급’ ‘인서울 대학·지방 거점 국립대 합격은 100% 환급’ 등을 내세우고 있다. 수강료는 20만∼100만 원으로 다양하다.
수험생들은 비싼 수강료에도 100% 환급을 기대하며 신청했다가 뒤늦게 까다로운 환급조건을 발견하고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구석에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작은 글씨로 환급조건을 표기하기 때문이다. 또 출석이나 성적 외에도 지인 소개 등 각종 ‘미션’을 부대조건으로 내거는 경우도 많다. 시험에 합격하거나 목표 점수를 넘어도 2000바이트(한글 1000자) 이상의 후기 작성을 의무화한 곳도 있다.
스마트폰에서의 출석 인증이 누락돼 탈락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또 수강기간을 조정하거나 아파도 휴강 기능을 이용할 수 없다. 행정고시 준비생 이모 씨(26·여)는 “강의 동영상 중 마지막 5분을 듣지 못해 결국 환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학원에 전화했더니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고 말했다.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해도 실제 환급액은 광고에 쓰인 100%나 200%가 아니다. 수강료 결제금액에서 교재 정가금액과 제세공과금 22%를 제외하기 때문이다. 한 학원의 ‘한국사능력검정시험 0원 완성반’은 환급조건을 달성한 수험생에게 수강료의 절반만 현금으로 주고 나머지 반은 학원 포인트로 지급한다. 이런 내용마저도 홈페이지에 작은 글씨로 표기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구체적인 환급조건은 광고 최하단에 적혀 있기 때문에 반드시 확인하고 실제로 받을 수 있는 금액도 따져봐야 한다”며 “학원들도 무분별한 환급 마케팅 경쟁보다는 주요 사항을 분명히 표시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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