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을 뛰어넘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불수능’ 파장이 크다. 지난 주말 주요 대학 논술고사장은 수능 부진을 수시 합격으로 만회해 보려는 수험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20일 대학가에 따르면 수능 뒤 첫 주말이었던 19일에는 서강대, 성균관대, 세종대, 숙명여대, 한양대, 경희대, 단국대, 서울여대, 숭실대, 한국항공대, 가톨릭대, 울산대 등 총 12개 대학에서 논술고사가 치러졌다. 이날은 수능 뒤 잇달아 예정된 논술고사 일정 중 가장 많은 대학이 몰려 있던 날이었다.
성균관대 논술에 응시한 이모 양은 “수능 점수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아 꼭 논술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는 각오”라며 “정시만 노리던 친구들도 뒤늦게 논술에 다걸기(올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성균관대 주변은 논술고사를 보러 온 학부모와 학생들로 크게 북적였다.
자녀가 세종대에서 논술고사를 치른 학부모 김모 씨는 “수능 가채점 점수가 등급 컷(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추기에 아슬아슬한 상황이어서 더욱 긴장이 된다”며 “정시는 재수생이 강세일 듯해 남은 논술을 모두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불수능으로 이번 수능의 변별력이 커지면서 뜻밖의 수능 고득점이 예상되는 상위권 학생들 중에서는 일명 ‘수시납치’를 피하기 위해 논술고사를 보지 않는 경향도 나타났다.
수험생 박모 양은 “안정권인 서울 중상위권 대학을 위주로 수시를 썼는데 수능 점수를 보니 ‘SKY’ 대학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아 수시가 안 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의·치의예과를 비롯한 일부 상위권 학과 논술고사장에는 수능 등급 컷을 맞추지 못할 것을 우려한 결시생이 늘어 빈자리가 속출했다.
주말을 전후해 주요 입시기관들이 내놓은 대학·학과별 정시 합격 예상 점수들 간의 편차가 크게는 10점에 달할 정도로 큰 것도 수험생들과 진학 지도를 하는 교사들에게 어려움을 주고 있다.
한 입시기관 관계자는 “특히 중·하위권 대학·학과의 경우 정확한 합격 컷 예측이 더욱 어렵다”며 “대학별 반영비율과 표준점수 백분위 등을 고려해 수험생 각자의 상황에 맞는 치밀한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수능 영어영역에 절대평가가 도입되는 게 재수를 결심하는 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이사는 “수시 선발인원이 전체의 70% 이상이라 요즘은 재수생도 수시에 많이 지원한다”며 “내년에 영어가 쉬워지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추기가 쉬워지므로 심리적으로 재수를 만만하게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