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부터 서해 5도 주변 북방한계선(NLL) 해역에서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단속현장에 합류할 해양경찰관들은 요즘 더욱 긴장하고 있다. 이들은 인천해양경비안전서 소속 경비함인 1002함에 승선해 서해 5도를 누비고 다닌다. 정부가 지난달 공용화기 사용을 포함한 단속 강화 대책을 발표한 뒤 중국 어선의 폭력적 행위가 일시적으로 사라지는 듯했다. 그러나 최근 막바지 꽃게 철을 맞아 NLL 주변에서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이 다시 극성을 부리고 있다.
12일 소청도 남서쪽 68km 해역에서 불법 조업을 경고하는 516함에 100t급 중국 어선 4척이 몰려들면서 추돌 직전의 비상 상황이 벌어졌다. 인근에 있던 1002함이 긴급 지원에 나서 중국 어선에 물대포를 쐈다. 중국 어선은 해경의 승선을 막기 위해 쇠창살을 설치하며 극렬하게 저항했다.
1002함은 추돌에 따른 침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무기 사용 매뉴얼에 따라 K2 소총으로 경고사격을 했다. 중국 어선들이 꿈쩍하지 않자 M60 기관총으로 조준 사격에 나섰다. 총탄이 굉음을 내며 바다에 물보라를 일으키자 그제야 위협을 느낀 중국 어선들은 뱃머리를 돌렸다. 김성훈 함장(50·경정)은 “조타실에 철판을 두르고 각종 흉기를 휘두르면서 집단으로 저항하는 중국 어선의 폭력 행위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며 “정당한 단속에 저항하면 공용화기 사용 매뉴얼에 따라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993년 해경에 순경으로 임용돼 10년 이상 경비함을 탄 베테랑인 김 함장은 평소 조타실에서 근무하며 나포작전을 총지휘한다. 하지만 레이더를 통해 불법 조업에 나선 중국 어선이 발견될 경우 중국 어선을 나포하는 임무를 맡은 조영천 단정장(45·경위)과 해상특수기동대원 15명이 가장 바빠진다.
출동 명령이 내려지면 고속단정 2대에 나눠 타고 중국 어선에 접근해 갑판에 뛰어들어 조타실을 장악한 뒤 선원들을 나포하는 과정에서 생명에 위협을 느끼기도 한다. 진압봉과 방패, 고무탄발사기 등으로 무장하지만 여기저기서 날아오는 흉기를 모두 막기에는 역부족이라서 가끔 부상을 입는 동료들도 있다.
해군 부사관 출신으로 해경에 특채돼 1996년부터 중국 어선을 단속해온 조 단정장이 현장에서 대원들을 이끌고 있다. 권경돈 경장(31)은 육군 특수전사령부 부사관 출신으로 무술이 모두 12단에 이른다. 채기동 순경(28) 등 나머지 대원들도 대부분 잠수기능사와 구조다이버 자격증 등을 가진 무술 유단자이다. 단속에 투입되지 않는 시간에는 함정에서 단정 기동훈련과 나포작전을 수시로 반복하며 팀워크를 다진다. 1002함은 올 들어 불법 조업에 나선 중국 어선 10척을 나포했다. 인천과 경기, 충남 앞바다의 해상치안을 담당하는 중부해양경비안전본부 산하 4개 경찰서가 운항하는 1000t급 이하 경비함정 38척 가운데 가장 많은 실적이다.
대원들은 요즘 꽃게 어획량이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 보람을 느끼고 있다. 22일 옹진수협에 따르면 1∼20일 연평도를 포함한 서해 5도 일대에서 잡힌 꽃게 위판량은 162t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35t에 비해 4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해경이 적극적으로 단속에 나서면서 NLL 주변에서 불법 조업에 나서는 중국 어선도 지난달 하루 평균 150여 척에서 1일부터 50여 척으로 줄어든 것도 어획량 증가에 도움이 되고 있다.
조 단정장은 “북한 해역과 맞닿아 있어 쉽게 달아날 수 있다는 NLL 해역의 특성을 악용한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을 24시간 감시하고 단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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