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재선충병 다시 기승… 방제방식 전환 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3일 03시 00분


2013년 극심한 가뭄으로 재확산… 1500억원 투입하고도 방제 허사
소극적인 베어내기 방식 탈피해야

한동안 잠잠했던 소나무재선충병이 다시 번지면서 소나무 숲 전체를 베어내는 모두베기 방안을 도입해야 소나무재선충병 확산을 막고 예산도 절감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주도 제공
한동안 잠잠했던 소나무재선충병이 다시 번지면서 소나무 숲 전체를 베어내는 모두베기 방안을 도입해야 소나무재선충병 확산을 막고 예산도 절감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주도 제공
 20일 제주시 한경면 지역 오름(작은 화산체)인 당산봉 정상(해발148m). 제주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평야지대가 한눈에 들어왔다. ‘지질 교과서’로 불리는 수월봉을 비롯해 고산기상대, 선사유적지 등이 손에 잡힐 듯했지만 한라산 방면으로는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단풍이 든 것처럼 보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누렇게 말라죽은 소나무들이었다. 철새 도래지로 유명한 용수저수지 주변은 고사한 소나무로 둘러싸인 듯했다. 그동안 방제작업에도 불구하고 소나무재선충병 기세가 여전했다.

 6월 헬기를 타고 둘러봤을 때는 고사한 소나무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소나무재선충병이 한풀 꺾였다고 여겨졌지만 5개월 만에 이전 모습이 다시 나타난 것이다. 소나무 수분 이동을 막아 말라죽게 만드는 재선충은 길이 1mm 내외 실 같은 선충으로 5월부터 9월 사이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를 이용해 다른 소나무로 이동한다. 다른 소나무로 서식지를 이동하는 동안 재선충병이 잠잠했던 것이다.

 2004년 제주시 오라동에서 처음 소나무재선충병이 확인된 후 방제작업 등으로 안정세를 보이다가 2013년 극심한 가뭄과 고온현상 등으로 급격히 번졌다. 제주도는 지난해까지 1179억 원을 투입해 129만4000그루를 베어냈다. 올해는 8월까지 300억 원을 들여 31만9000그루를 베어내고 나무주사 3050ha, 항공방제 1000ha 등을 실시했다. 소나무재선충병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지난달부터 12월까지 183억 원을 추가로 투자해 고사목 15만5000그루 제거, 나무주사 1400ha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1500억 원에 가까운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고도 소나무재선충병이 잡히지 않자 방제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예산이 반복적으로 투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베어내기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제주도는 당초 소극적인 베어내기로는 재선충병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감염이 심한 지역의 소나무 숲을 모두 제거하는 방식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고사목을 물론이고 생목까지 벌채해 재선충병 확산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 등을 중심으로 환경파괴 논란이 불거지자 사업을 대폭 축소해 ‘소구역 베어내기’를 실시하고 있다.

 소구역 모두베기는 한라산국립공원 경계지역 등을 중심으로 감염목이 발생하면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반경 20m 이내의 소나무를 모두 제거해 파쇄하거나 훈증하는 방식이다. 제주도는 지난해 11월 제주시 해안동 한라산국립공원 경계지에 소구역 모두베기를 시범적으로 실시해 신규 감염목이 주변으로 확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제주 맞춤형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전략’을 수립 중인 연구진은 이를 토대로 고사목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에 모두베기를 도입하는 방안을 최근 제주도에 제안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감염률이 50% 이상이거나 반복적 피해로 소나무 형질이 불량한 지역, 경작지 주변 등에 대해서는 소나무 모두베기를 추진하고 있다”며 “다양한 방법으로 방제활동을 전개해 2020년 소나무재선충병 청정지역을 선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나무재선충병 피해 면적은 소나무 숲 전체 면적 1만6284ha의 43.5%인 7088ha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임재영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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