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조사 결과 유방암 환자는 지난 10년간 가파르게 늘었다. 1999∼2003년 5년 평균 전국 유방암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28.2명이었지만 2009∼2013년에는 49.5명으로 2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대도시 지역에서 암 발생률이 높았다. 특히 서울 서초구 강남구, 경기 성남시 분당구 등은 1999∼2013년의 15년간 줄곧 유방암 발생률이 높았다.
○ 건강검진 잦은 만큼 암 발생률도 높아
보건복지부는 “이 지역에 사는 여성의 임신이나 출산 특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방암은 초경 연령이 빠르면서 출산 연령이 늦고 모유 수유 기간이 짧을수록 걸릴 위험이 커진다. 이 지역 여성은 초경 연령이 빠르고 출산율은 낮다는 공통점이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시도 중 12세 이하에 초경을 경험한 여성 인구가 가장 많은 곳은 서울시(4.6%)였다. 출산한 적이 없는 여성 비율(9.3%)과 평균 출산 연령(30.8세)도 가장 높았다.
다른 지역에 비해 이 지역 주민의 암 검진율이 높은 것도 유방암 발생률이 높은 원인으로 지목된다. 2012년 복지부 조사 결과 경기 성남시 분당구는 전국 시군구 중 유방암 검진율이 3위였고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는 각각 10위, 28위였다.
전립샘암도 15년간 환자 수가 빠르게 증가했다. 1999∼2003년 9.7명이던 전립샘암 발생률은 2009∼2013년 26.5명으로 늘어났다. 특히 발생률이 높은 지역은 서울 강남권, 경기 성남시 분당구, 용인시 수지구 등이었다. 전립샘암은 정부가 무료로 지원하는 ‘국가 5대 암 검진’ 대상이 아니라 본인이 검진 비용을 따로 내야 한다. 이강현 국립암센터 원장은 “소득이 높고 의료 접근성이 좋은 지역에서 전립샘암 검진을 받는 비율이 높다 보니 발생률도 높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갑상샘암은 지역별 발생률 격차가 가장 큰 암으로 나타났다.
남성의 갑상샘암 지역별 발생률은 조사 시기에 따라 10.1∼14.5배 차이가 났다. 2003∼2008년 기준 남성의 갑상샘암 발생률은 전남 여수시(37.8명)가 가장 높았다. 반면 가장 낮은 곳은 강원 동해시(2.6명)로 무려 약 15배 차를 나타냈다.
여성의 갑상샘암 발생률은 2008년 전에는 지역별로 11배가량 차가 났지만 2009년 이후 격차가 크게 줄었다. 여성 갑상샘암 발생률이 높은 곳은 전남 광양시 순천시 여수시, 대구 수성구 등 주로 인구가 밀집한 도시 지역이었다.
○ ‘과잉 진료’ 탓에 갑상샘암 지역 간 격차 최대
갑상샘암의 지역별 격차가 유독 큰 것은 ‘과잉 진료’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암연구소는 최근 국내 갑상샘암 여성 환자의 90%, 남성 환자는 45%를 과잉 진단으로 추정했다.
담낭과 담즙이 이동하는 담도에 생기는 암 발생률은 낙동강 인근 지역에서 높았다. 2009∼2013년 기준 남성의 담낭·기타 담도암 발생률은 경남 함안군이 15.4명으로 가장 높았다. 경남 밀양시(14.2명)와 창녕군(14명)도 높은 편이었다. 복지부는 민물고기를 회로 먹는 낙동강 인근 주민들의 식습관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 이곳 주민들은 민물고기로 감염되는 간흡충증 유병률이 높다. 간흡충증은 담낭·기타 담도암에 걸릴 위험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다.
위암은 충청 경상 전라 내륙 지역, 대장암은 대전과 충청 일부 지역에서 높게 나타났다. 폐암은 전북 순창군, 전남 화순군, 경북 군위군에서 높게 나타났다. 남성의 간암 발생률은 15년간 경북 울릉군이 1위였다.
이번 조사는 지역별 암 발생률을 비교할 수 있는 첫 공식 통계라는 데 의의가 있다. 하지만 암 발생률과 지역적 특성 간 연관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규명하지 못했다. 이 원장은 “암은 개인 특성과 생활 습관, 유전적 영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암이 실제로 발생하기까지 15년에서 길게는 30, 40년이 걸린다”며 “이번 조사만으로는 암 발생률이 왜 높고 낮은지를 설명하기는 굉장히 어렵다”고 설명했다. 권준욱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지방자치단체별로 역학조사를 벌여 그 원인을 규명해 나가겠다”며 “각 지역적 특성에 맞춰 암 예방을 위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생활 습관만 고쳐도 암 위험성 30% 감소
전문가들은 “생활 습관만 고치면 암 발병 가능성을 30%가량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폐암 위암 방광암 식도암 등의 원인이 되는 흡연은 무조건 삼가야 한다. 안진석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담배를 끊으면 2, 3년 안에 위험도가 감소하기 시작한다”며 “채소와 과일을 많이 섭취해야 고지방 육류, 가공 육류 등 고지방식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대장암, 직장암, 전립샘암 등이 예방된다”고 설명했다.
고기를 먹어야 한다면 쇠고기, 돼지고기보다는 생선, 닭고기, 콩류를 먹는 것이 좋다. 음주의 경우 남성은 하루에 두 잔(맥주 약 350cc, 소주 약 60cc 기준), 여성은 하루에 한 잔을 넘지 않아야 간암 등을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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