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의 여파 속에서 박근혜 정부의 중점 국정 과제인 노동개혁법의 정기국회 처리도 무산됐다. 반면 청년고용 의무 확대, 생명·안전 업무 정규직 고용 의무화 등 야당이 추진하는 노동 관련 법률안은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1일 전체회의에서 총 94건의 법안을 법안소위에 상정했다. 그러나 파견법과 근로기준법, 산재보험법, 고용보험법 등 노동 개혁 관련 4대 법안은 상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번 정기국회에서 노동 4법 처리가 사실상 무산됐다. 최순실 게이트로 노동 개혁의 순수성마저 의심을 받고 있고, 대통령 탄핵 정국이 조성되면서 정부가 제출한 법안을 심사하지 말자는 주장이 힘을 얻은 결과다.
정부는 의원들을 끝까지 설득하겠다는 자세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12월 임시국회가 열릴 가능성도 높고, 처리가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정 동력이 상실된 상황이라 연내 처리는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환노위는 특히 취업규칙 변경과 일반해고 등 이른바 ‘2대 지침’ 관련 예산도 대폭 삭감했다.
반면 △공공기관 청년 의무 고용 비율(현행 3%) 5%로 상향 △민간기업에도 청년 고용 의무 부여 △정리해고 요건 강화 △최저임금위 공익위원 추천권 국회에 부여 △생명·안전 업무 비정규직 사용 금지 등 야당이 20대 국회에 제출한 개정안들이 대거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됐다. 노동관련법 개정이 야당 주도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 환노위는 야당 의원이 1명 더 많다. 이날 경영계는 특히 생명·안전 업무 정규직 의무 고용 추진에 강력 반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생명·안전 업무라는 이유로 고용 형태와 생산 방식을 법률로 제한하는 입법 사례는 세계적으로 찾기 어렵다”며 “정규직 직접 고용만 허용하면 기업은 최소 인력만 채용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고, 외주 업무를 수행하던 업체들은 폐업 상황에 내몰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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