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면세점, 주차장 없으면 불허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4일 03시 00분


서울시, 기재부에 공식 건의
서울 7000곳으로 전국 절반 몰려 주차장 확보 27%… 불법 주정차 논란

 
서울 마포구의 한 산부인과를 이용하는 임신부 장모 씨(29)는 병원에 갈 때마다 마음을 졸인다. 병원에 가려면 옆 건물 1층에 있는 외국인 관광객 전용 화장품 가게 앞을 지나야 한다. 가게 앞에는 항상 관광버스가 줄지어 서서 매연을 내뿜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피워대는 담배연기를 뚫고 지나가는 것도 고역이다. 장 씨는 “태아에게 좋지 않을까 봐 병원을 바꾸는 것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화장품 가게는 외국인에 한해 부가가치세와 개별소비세를 면제해주는 ‘사후면세점’이다. 국내 여행객도 자주 이용하는 사전면세점과 달리 사후면세점은 물건을 구입하면 외국인에 한해 공항 출국장에서 일부 세금을 돌려준다. 사전면세점에 비해 대부분 규모가 작다. ‘듀티 프리(Duty free)’가 아닌 ‘택스 프리(Tax free)’라는 표지판이 주로 붙어 있다.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화장품이나 건강식품 등을 판매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서울에 이런 사후면세점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관광버스의 불법 주정차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대부분의 관광객이 관광버스를 타고 오지만 주차장 확보를 강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23일 서울시의회 김상훈 의원(더불어민주당·마포1)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시내 사후면세점은 꾸준히 늘어 지난해 말 기준으로 5756곳에 이른다. 현재는 7000곳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전국 사후면세점 1만4000여 곳 중 절반이 서울에 몰려 있다. 서울시가 최근 점포 55곳을 표본조사한 결과 27%인 15곳만 관광버스 주차장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가 사후면세점 지정 요건에 관광버스 주차장 확보를 반드시 포함시킬 것을 기획재정부에 공식 건의했다. 현행 법규상으로는 주차시설 확보를 인가 조건으로 엄격하게 부여한 사전면세점과 달리 사후면세점은 ‘외국인 관광객의 이용도가 높은 장소’면 신청만으로 얼마든지 개점이 가능하다. 지난해 7월 주차장법 시행령 개정으로 관광버스 출입이 많은 시설물을 지을 때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주차장 설치 조건을 부여할 수 있지만 기존 건물을 매입하거나 임대하는 경우에는 무용지물이다.

 정부가 서울시 건의를 받아들이면 여유 부지가 적고 땅값이 비싼 중구나 종로구, 강남구 등지에선 사후면세점의 신규 개업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그 대신 동작구나 서대문구, 성동구 등 중심가에서 약간 벗어난 지역은 문을 여는 곳이 늘어날 걸로 예상된다. 일부 지역은 학교나 주택가 근처에 들어설 경우 안전을 우려하는 주민들과의 마찰도 우려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어린이보호구역에는 사후면세점을 열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 개선도 함께 건의했다”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사후면세점#주차장#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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