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도시公 ‘괭이부리마을’서 특별한 봉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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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직원 100여명 인천 쪽방촌 찾아 낡은 집 보수하고 정문-벽 등 도색
동네 분위기 산뜻해져 주민들 반색

수은주가 영하로 떨어진 24일 인천 동구 만석동 괭이부리마을을 찾은 인천도시공사 임직원들이 낡은 주택의 담장을 고친 뒤 각양각색의 벽화를 그리고 있다. 김영국 채널A 스마트리포터 press82@donga.com
수은주가 영하로 떨어진 24일 인천 동구 만석동 괭이부리마을을 찾은 인천도시공사 임직원들이 낡은 주택의 담장을 고친 뒤 각양각색의 벽화를 그리고 있다. 김영국 채널A 스마트리포터 press82@donga.com
 좁은 골목길을 따라 판잣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주민들은 집 안 화장실이 없어 재래식 공동 화장실을 이용한다. 수도 시설도 없다. 인천 동구 만석동 2의 102 일대 괭이부리마을의 모습이다.

 24일 이곳에 반가운 손님들이 찾았다. 인천도시공사 임직원 100여 명이 ‘생기 있는 동네 만들기 감동 프로젝트’를 실천하기 위해 괭이부리마을을 찾아 특별한 봉사에 나섰다. 이들은 수년 전부터 주민들에게 쌀을 전달해 주고 있다.

 임직원들은 이날 지은 지 40∼50년이 된 낡은 집의 벽을 보수하고 마치 동화마을을 연상케 하는 디자인 벽화를 그렸다. 형형색색의 페인트로 낡은 집의 정문과 벽을 칠하기도 했다. 또 낡은 지붕을 수리하고 밝은 색으로 덧칠했다.

 이들은 벽화를 그리기 전 색채심리학자의 의견도 들었다. 삶이 어려운 주민들이 모여 사는 괭이부리마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색을 찾기 위해서다. 색채와 생기의 상관관계를 고려해 자연에 가까운 파란색과 초록색, 아이보리 색으로 낡은 주택의 벽면과 대문을 칠했다. ‘자연이 주는 색’이 치유의 능력과 함께 삶에 활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우식 인천도시공사 사장은 “벽화 색상부터 마을잔치 음식 장만까지 주민들과 충분히 논의하면서 일을 추진했다”며 “앞으로 공사 업무와 연계한 사회공헌 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날 낡은 집과 금 간 벽이 보수되고 생기를 불어넣는 색으로 바뀌자 주민들의 얼굴도 밝아졌다. 괭이부리마을에서 50여 년을 살아온 김연분 할머니(83)는 “혹시나 더 지저분해질까 봐 걱정했는데 동네 분위기가 훨씬 산뜻해졌다”고 말했다.

 인천도시공사는 이날 예산 4000만 원을 들여 낡은 주택을 정비하고 벽을 보수했다. 또 어려운 주민들과 장애인들이 따듯하게 겨울을 날 수 있도록 방한복을 전달했다. 주민들이 원하는 제육볶음과 뭇국 등을 정성스럽게 준비해 함께 점심식사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인천도시공사 임직원 100여 명과 구남회 동구 부구청장, 동구 지역 시의원, 괭이부리마을 주민 70여 명이 참석했다.

 두산인프라코어 공장과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맞닿은 괭이부리마을은 1934년 일제강점기 조선기계제작소가 있던 곳이다. 일본 잠수함을 건조하고 광산용 기계를 만들던 공장 주변에 이 마을이 형성됐다.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와 6·25전쟁 피란민 등이 어울려 살던 인천의 대표적인 쪽방촌이다.

 국토교통부는 괭이부리마을을 ‘새뜰마을사업’ 시행 마을로 선정했다. 최저 주거 기준에 미달하는 지역이어서 생활 인프라(안전·위생·편의) 개선, 낡은 시설 정비, 문화 활동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괭이부리마을에는 현재 주민 163명이 살고 있다. 이 중 32%가 65세 이상의 고령이다. 특히 건물 중 97%는 지은 지 30년이 넘었고 빈집과 폐가가 많다. 작가 김중미 씨의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무대이기도 하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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