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적 절차 얽매여 도움 안된다”… 송하진 지사, 회견 열고 작심발언
불만표출 넘어 경질 거론 이례적
송하진 전북도지사가 이병국 새만금개발청장의 경질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새만금 사업의 관할 지역 도지사로서 새만금 내부 개발과 투자 유치가 삐걱거리는 데다 삼성의 새만금 투자 약속 파기 소동 과정에서 보여준 이 청장의 태도에 불만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새만금개발청은 새만금 내부 개발과 투자 유치 등을 전담하는 국토교통부의 외청으로 청장은 차관급이다. 송 지사는 그동안 새만금 사업은 국가사업이고 소유권이 정부에 있는 만큼 자치단체보다는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자치단체장이 중앙부처 차관급 기관장에 대해 불만 표출을 넘어 경질까지 거론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다.
송 지사는 23일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국무총리실 새만금사업추진기획단장을 포함해 7년이나 새만금 관련 정부 업무를 맡고 있는 이병국 새만금개발청장이 전북의 이익을 대변해 적극적인 역할을 했는지 의문이 든다”며 “인사권자가 아니지만, 새만금 개발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이 청장의 진로 문제까지 고민하겠으며, 경질까지 분위기를 잡아가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새만금개발청장은 정부에 (새만금 개발에 대한) 정책 방향을 제시해야 함에도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전북에 애정을 가진 사람이 (청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청장이 7년이나 같은 일을 하면서 매너리즘에 빠지고 발상의 전환을 하지 못한다고도 덧붙였다. 이 청장은 국무총리실 새만금사업추진기획단장에 이어 2013년 9월 새만금개발청이 출범할 때부터 청장을 맡고 있다.
송 지사의 작심 발언은 새만금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개발청과 개발청장이 형식적이고 행정적 절차에 얽매여 새만금 개발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이 새만금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놓고 뒤늦게 투자 계획을 철회한 데 대해 이 청장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점을 비판했다.
송 지사는 “이 청장이 2011년 전북도와 국무총리실, 삼성이 맺은 새만금 투자협약 당시 총리실 소속 새만금사업추진기획단장으로 MOU 체결 과정이나 배경에 대해 분명히 알고 있으면서도 도민들에게 솔직히 말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새만금개발청과 전북도는 석탄재 매립, 용역 실시 등 새만금 개발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정보 교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고 전북도에서 개발청에 파견한 직원 4명도 주요 업무에서 소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송 지사의 발언에 대해 새만금개발청 관계자는 “양 기관이 협력해 새만금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청장에 대한 무책임한 인신공격성 발언이 나와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날 송 지사는 전주시와 수년째 갈등을 빚고 있는 전주종합경기장 재개발 문제에 대해서도 “조만간 전주시장을 만나 협의하겠지만, 원칙적으로 법적인 문제들이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행정자치부는 전주시가 덕진동 전주종합경기장 재개발을 위해 월드컵경기장 인근에 육상경기장과 야구장을 새로 짓는 대체 경기장 건립 사업에 대해 재검토 결정을 내렸다.
송 지사는 “전주시가 종합경기장 개발과 관련해 기존 민자사업을 재정사업으로 변경할 때 기존 사업자인 롯데쇼핑과의 개발협약 문제를 해소한 뒤 시의회 의결을 받았어야 했다”며 “종합경기장 재개발 문제는 법률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고 못 박았다.
그의 발언은 종합경기장 재개발 문제가 전북도와 전주시의 정치적 갈등 양상으로 비치는 여론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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