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미제수사팀 A to Z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6일 03시 00분


[태완아, 미안해]미제수사팀의 하루
수사경력 10년 이상 최정예 멤버로 꾸려져
지방경찰청마다 형사 7명 안팎
드라마 ‘시그널’ 멤버들과 달리 프로파일러는 필요할때만 공조

 살해당한 형 때문에 경찰 조직을 불신하는 프로파일러(이제훈 역). 짝사랑했던 경찰관의 흔적을 찾는 감정적이고 저돌적인 여경(김혜수 역). 그리고 맹목적으로 조직에 충성하고 후배들에게 고압적인 형사(김원해 역). tvN 드라마 ‘시그널’ 속 장기미제전담팀은 조직 내에서 통제가 안 되는 ‘문제아’들이 모인 집단이다. 팀을 만든 이유도 실적 부진이라는 구실을 찾아 조직에서 내쫓기 위해서였다.

 드라마에서 과거와 현재의 형사들이 무전기로 소통하며 장기미제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하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중요미제사건수사팀 박민수 팀장(50)은 “골칫덩어리가 모인 드라마 내용과는 달리 현실 속 미제수사팀은 수사 경력 10년 이상의 베테랑이 모인 최정예 팀”이라며 웃었다.

 지방경찰청마다 차이가 있지만 미제수사팀은 30∼50대 형사 7명 안팎으로 구성됐다. 다양한 시각에서 사건을 보기 위해 강력계뿐 아니라 지능, 경제범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한 형사들로 이뤄졌다. 또 드라마와 달리 프로파일러는 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에 소속돼 있고 필요할 때 공조한다.

 보통 미제사건 한 건당 수사 자료가 A4용지 1만 장이 넘는다. 수사는 산더미 같은 자료를 다시 검토하고 당시 놓쳤던 실마리를 찾는 일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강산도 바뀐다는 10년 이상의 세월이 흐른 사건을 수사하다 보니 자주 벽에 부딪힌다. 특히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에게 당시 사건에 대한 설명을 듣는 일이 가장 어렵다. 미제수사팀의 재수사 자체를 달가워하지 않는 유족도 있다. 박 팀장은 “유족에게 질문할 때면 겨우 아문 상처를 다시 후벼 파는 것 같아서 죄송하다”며 “분명히 잡을 수 있다는 확신을 주고 그 약속을 지키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드라마와 현실의 공통점은 장기미제 사건을 해결하려는 경찰의 집념과 의지, 그리고 정의감이다. 긴 호흡으로 꼼꼼하고 세밀하게 재수사해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그널’의 이재한 형사(조진웅 역)는 “포기하면 사건이 묻힙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에요”라고 말했다. 올 9월 15년 만에 경기 용인시 대학교수 부인 살인사건의 진범을 검거한 용인동부경찰서 박장호 강력2팀장(53)은 “막내일 때 담당했던 그 사건을 도저히 포기할 수 없었다”며 “모든 형사는 가슴속에 꼭 해결해야 하는 사건을 하나씩 품고 살아간다”고 말했다.

김동혁 기자 hack@donga.com
#미제사건#태완이법#프로파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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