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동구는 한때 ‘한국 최고 부자 구(區)’로 불렸다. 세계 1위 조선소인 현대중공업이 있는 데다 고임금 근로자의 대부분이 이곳에 살았다.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가 이곳에서 1988년부터 2008년까지 내리 5선을 기록하며 ‘지역구 관리’ 차원에서 각종 복지시설도 많이 지었다. “1만 원을 들고 동구에 가면 영화를 본 뒤 수영과 목욕, 점심까지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복지 천국’이었다. 현대중공업에 취업을 하기 위해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원룸도 속속 건립됐다. 하지만 지금은 한파가 세차게 몰아치고 있다. 2, 3년 전부터 몰아닥친 현대중공업 불황에다 ‘조선업 구조조정’이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옛 영화를 되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울산사람’ 권명호 울산 동구청장(55)은 “이곳의 훌륭한 관광자원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라며 조선업과 관광이 조화를 이루는 명품도시 건설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곳은 역사적으로 세 번의 도약기가 있었다”라는 그는 “한국 대표 어항으로 개발된 1990년대가 제1 도약기, 현대중공업이 문을 연 1970년대가 제2 도약기, 그리고 울산대교와 염포산 터널이 개통되면서 관광산업이 활성화되는 지금이 제3 도약기”라고 말했다.
동구 방어진에서 태어난 그가 관광이라는 ‘소프트 파워’를 강조하는 이유는 조선업만으로는 명품 도시로 만들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불황의 여파로 최근 1년 사이 현대중공업을 떠난 정규직 근로자는 2만7000명 중 3500명(13%)이나 된다. 사내 협력업체 직원 2만7000명 가운데 절반 정도인 1만3000명이 떠났다. 입주 경쟁이 치열했던 원룸촌에는 ‘급임대’라는 현수막이 나부끼고 있다. 이 여파로 동구 일대의 상가에도 손님이 크게 줄어들었다.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권 청장이 소매를 걷어붙인 이유다.
동구는 울산 앞바다를 가로질러 남구와 연결된 총연장 8.38km의 울산대교가 지난해 6월 개통되면서 관광객이 급증했다. 남구 장생포 고래마을을 관광한 뒤 울산 전역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울산대교 전망대와 기암괴석 및 해송이 동해와 어우러진 대왕암공원을 둘러보는 코스는 울산 관광의 백미다. 주전해변의 검은 몽돌은 명물 관광 상품이다. 드라마 촬영장으로 유명한 슬도에는 국내 첫 소리체험관이 7월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슬도의 바윗돌이 파도에 부딪치면서 나는 거문고 소리, 현대중공업의 망치 소리 등 ‘동구의 소리 9경’을 들을 수 있다. 울산어린이테마파크와 울산육아종합지원센터 등이 내년과 2018년 각각 동구에 문을 연다. 현대중공업 등 조선업 불황에 따른 실직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조선업희망센터도 6월 문을 열었다.
권 청장은 “교육 문제는 학교와 교육청에만 맡길 문제가 아니라 지역 사회 전체가 함께 나서야 한다”라며 조직을 확대했다. 평생교육을 위해 ‘응답하라 5060 러닝맨 꿈 찾기’ 등 36개 평생학습 프로그램도 추진하고 있다. 그는 “동구는 그동안 경제, 관광, 문화, 복지 등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왔다. 이 사업들이 지향하는 최종 목표는 ‘안전하고 행복한 살기 좋은 동구 만들기’다”라고 강조했다. 학성고와 울산대를 졸업한 권 청장은 동울산청년회의소(JC) 회장과 울산 동구의회 의장, 울산시의회 부의장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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