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진상 기록’ 백서 영문판 다시 읽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죽음을 넘어…’ 저자 설갑수씨 5·18기념재단에 저작권 기증

 1985년 서울의 한 고교 2학년 학생이던 설갑수 씨(48·사진)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10일간의 광주 기록을 담은 서적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를 접했다. 우연히 서점에서 몰래 판매되던 책을 읽고 큰 충격을 받았다. 암울했던 당시 상황에서 이 책의 출판사 사장은 신군부로부터 갖은 박해를 받았다. 5·18민주화운동의 진상을 기록한 첫 백서인 이 책은 한동안 금서가 된 채 은밀히 전파됐다.

 설 씨는 한국외국어대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유학을 가면서 ‘언젠가는 책을 영문으로 번역해 세계에 알리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1996년부터 영문 번역을 시작했다. 미국 작가인 닉 마마타스 씨(44)도 “세상에 이런 일이 있었느냐”며 작업에 참여했다. 두 사람은 1999년 영문판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를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출판했다. 5·18민주화운동의 진실을 담은 최초의 외국 서적이자 광주 시민의 시각에서 서술된 유일한 해외 서적이었다.

 영문판은 한국에서 발행된 초판과 달리 한국 근현대사 전문가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석좌교수가 서문을 썼다. 또 탐사보도 전문 언론인 팀 셔록 씨가 입수한 미 국무부와 주한 미대사관 간 통신 문건 ‘체로키 파일’ 내용이 첨부됐다. 영문판은 이후 북미에서 2000여 권이 판매됐고 UCLA를 비롯한 미국 내 10여 개 대학에서 한국학 관련 교재로 활용됐다. 2001년에는 미국의 저명한 비평 저널 더뉴욕리뷰오브북에 관련 내용이 게재돼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2005년 UCLA 측 사정으로 영문판이 절판된 뒤 재고분까지 소진됐다. 미국에서 증권투자 분석가로 활동하던 설 씨는 영문판의 중요성과 재출판 필요성을 계속 강조했다.

 5·18기념재단은 설 씨에게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영문판 저작권을 기증받았다고 28일 밝혔다. 재단은 내년 5월 보완작업을 거쳐 영문 개정판을 내놓을 예정이다. 김양래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영문 개정판을 전 세계 누구든지 읽을 수 있도록 인터넷에 공개하겠다”고 했다.

 한편 (사)광주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내년 5월 이전에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국내 개정판(500쪽)을 출간할 예정이다.

이형주기자 peneye09@donga.com
#5·18민주화운동#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설갑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