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 운행 줄어 10년만에 중단위기
여행 준비하던 대학생들 분통… 방학특수 노리던 관광지도 울상
대학생 윤다연 씨(24·여)는 올 겨울방학에 맞춰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철도 자유여행패스 ‘내일로’를 구입해 전국을 여행하려 했다. 하지만 최장기 철도 파업으로 올 겨울방학 때는 내일로가 발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에 해외 여행을 알아보고 있다. 윤 씨는 “기약 없이 불확실한 내일로를 기다릴 수는 없었다”라고 말했다.
매년 여름 및 겨울 방학을 맞은 대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모았던 내일로가 철도 파업 장기화 탓에 발행 10년 만에 처음으로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국내 여행을 준비하던 대학생과 이들을 맞을 준비를 하던 지역 모두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내일로는 유럽의 ‘유레일패스’를 본떠 만 25세 이하 내국인을 대상으로 2007년 첫선을 보였다. 고속철도(KTX)를 제외한 일반 열차를 5∼7일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어 방학철 인기 여행 상품이다. 올 여름방학 시즌 가격은 5일권 5만6500원, 7일권 6만2700원이었다.
하지만 코레일은 9월 27일 시작된 공공운수노조 전국철도노동조합의 파업이 지속되면서 내일로의 발행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내일로 이용객들이 주로 타는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운행이 27일 기준으로 계획에 비해 각각 57.7%, 62.7%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예년대로라면 11월 중순부터 각 지역 관광지, 숙박업소 등과 제휴해 판매 홍보를 시작했어야 한다.
방학철 ‘내일로 특수(特需)’를 기대하던 지방자치단체들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올 2월부터 내일로 여행객에게 지역 숙박업소에서 쓸 수 있는 1만 원 할인권을 제공해 2600여 명의 관광객을 유치한 경북 안동시는 겨울에도 같은 혜택을 주려 했지만 철도 파업 장기화에 차질이 생겼다. 임중한 안동시 체육관광과장은 “내일로 여행객 1명당 안동에서 7만 원을 소비한 것으로 조사돼 할인권 지원에 2600여만 원을 들여 1억8000여만 원의 경제효과를 거뒀는데 내일로 중단이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올해만 내일로로 9만여 명이 방문한 전남 순천시, 강원 정선군 등 다른 ‘내일로 명소’들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채승연 순천시 관광진흥과장은 “내일로 여행객을 위해 지역 관광업계와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자칫 허사가 될까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철도 파업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내일로 여행을 계획했던 대학생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모 씨(23)는 “내일로 시행이 어려울 줄 알았더라면 미리 대안으로 값싼 해외 여행을 물색했을 것”이라며 “국민의 생활을 볼모로 극한 대치를 이어 가는 철도 노사에 화가 난다”라고 토로했다. 실제 겨울 성수기를 맞아 일본 유럽 등 인기 해외 여행지로 향하는 항공권은 특별 할인가에 풀린 물량이 가을 이후 동이 났다. 지금은 비싸게 구입해야 한다.
노사가 파업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동안 100% 운행되던 KTX마저 다음 달 1일부터 감편되는 등 상황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 코레일 관계자는 “내일로는 운영 계획이 결정되면 탑승 일주일 전부터 발권할 수 있다”라며 “파업이 마무리되면 바로 운영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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