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검토본을 기자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변영욱 기자
교육부가 28일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과 집필진을 공개한 후 논란은 더욱 뜨거워지는 양상이다. 공개 몇 시간 만에 여러 부분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사 분야 집필진 6명 가운데 한 명인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29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 해명했다.
유 교수는 먼저 현대사 집필진 중에 현대사를 전공한 사람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현대사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있고 그 자체가 역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며 "정치사, 외교사, 군사, 경제사 이런 부분들이 현대사 집필진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역사 전문가가 없다고 규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집필진들이 넘긴 원고가 국사편찬위에서 전혀 다른 내용으로 수정 돼서 나왔다는 의혹에 대해선 "저희 현대사 파트를 할 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저희 전문가들이 얼마나 자기 분야에 자부심을 가지고 연구했는데 자기가 한 것과 다른 부분이 있으면 그런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부인했다.
박정희 정권에 대한 기술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박정희 대통령 시기가 특별히 우리 현대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일단 기간이 거의 20년으로 길고, 또 상당히 역동적인 시기였다. 5.16 군사정변 이후에 민선으로 바뀌고 또 3선으로 가고 또 유신으로 가고, 이렇게 최소한 3번 내지 4번의 큰 굴곡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독재라는 단어 대신 권위주의 정치체제를 썼다는 지적에 대해선 "독재로 표시 한 부분이 있다. 독재라는 것은 정치학적으로 또는 법적으로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서 다양해 정치학에서 보면 대개 독재를 권위주의와 구분하는 그런 측면도 있다"며 그러나 "일반적으로 정치학에서 권위주의 정부라고 얘기하는 것조차도 그건 독재로 쓰는 것이 낫지 않겠나 해서 독재로 기술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신에 문제를 너무 축소시킨 거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선 "현대사 분야가 할 얘기는 많은데 굉장히 압축적으로 줄어들었다. 페이지 수가 전체적으로 줄어들면서 그런 분야(유신)의 규모가 줄어들었지 이 부분을 의도적으로 우리가 좀 기술하지 말자, 그런 건 절대로 없다"고 말했다.
반면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해 꾸준히 반대 목소리를 내온 주진오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는 "이 책은 한마디로 말해서 그동안의 우리 역사교과서를 좌편향이라고 매도하는 데 앞장섰던 한국현대사학회의 산물이다"라고 비판했다.
주 교수는 "우리가 예상했던 대로 현대사 부분에 있어서 특히 이제 독재자들에 대한 미화라든가 과장 서술 또 이제 재벌에 대한 어떤 옹호 이런 것들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사실 어제 나왔기 때문에 시간이 짧아서 그렇지 지금 계속해서 역사학자들이 분석을 하고 있다. 많은 오류와 사실관계, 그밖에 여러 가지 편향된 서술 이런 것들이 쏟아져 나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유 교수가 "박정희 시대가 길다"고 해명한 부분에 대해서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가 얼마나 긴데. 그 부분을 그러면 박정희 정권 20년보다 몇 배를 해야 되냐?"고 반박하며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얘기고, 사실이라는 것이라는 건 어디까지나 누가 독점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했다"는 해명에 대해서도 "여기에 참여하신 분들이 자기 분야에 사회과학자로서의 전문가일 수는 있다. 하지만 그들은 역사교육의 현장에 대해서 전혀 모른다. 우리 학생들의 수준이 어떤 수준의 단어를 사용해야 되고 어떤 정도의 내용을 가르쳐줘야지 이런 걸 생각해 본 사람들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두 개 고친다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단순히 내용만의 문제가 아니고, 역사 서술을 정부가 독점한다고 하는 발상 자체가 문제이기 때문에 이 내용에 대해서 일일이 뭐가 잘못됐고 이런 거 고쳐야 된다 하는 것 자체가 아주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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