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처럼… ‘인간 중심’으로 바뀌는 인천 공장지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30일 03시 00분


주안산단- 가석공업지역 등… 30일 공공예술 특화거리 준공
자연친화적인 활력 있는 거리 조성… 물류 중심의 회색지대 오명 벗어

‘공업도시’ 인천의 상징인 공업지역이 회색지대에서 인간 중심의 디자인 거리로 바뀌고 있다. 인천시가 ‘아름다운 공장’으로 선정한 주안국가산업단지 내 동아알루미늄 등 공장의 모습. 인천시 제공
‘공업도시’ 인천의 상징인 공업지역이 회색지대에서 인간 중심의 디자인 거리로 바뀌고 있다. 인천시가 ‘아름다운 공장’으로 선정한 주안국가산업단지 내 동아알루미늄 등 공장의 모습. 인천시 제공
 40, 50년 전 문을 연 부평국가산업단지와 주안국가산업단지(주안산단), 인천기계산업단지는 전국에서 가장 노후한 산업단지로 꼽힌다. 반세기 동안 국가 성장동력 구실을 한 공단은 사람이 아닌 물류 중심의 회색지대 취급을 받는다. 불법 주차로 몸살을 앓는 도로, 난잡한 전신주, 파손된 담벼락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휴식공간 확충과 환경 개선을 호소하고 있다.

 인천시가 인천지역 총생산의 30%를 차지하는 공장지대 환경을 ‘인간 중심’으로 바꾸기 위한 프로젝트에 나섰다. 지난달 미술관처럼 꾸민 공장 3곳을 ‘아름다운 공장’으로 선정한 데 이어 30일 공장지대 2곳이 공공예술(디자인) 특화거리로 거듭난다.

 7월 개통한 인천지하철2호선 주안국가산단역에서 복개천을 따라 9개 공장이 몰려 있는 400m 구간엔 ‘디딤길’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디딤길은 ‘자연친화적이고 활력 넘치는 디자인 거리’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인천시가 선정한 근로자, 대학생, 시민, 전문가의 ‘인천 국민디자인단’은 6월부터 설문조사를 거쳐 이곳에서 디자인 특화거리 조성사업을 펼쳐왔다. 인천시 지원의 ‘근로자가 행복한 일터-Let 美(미) 공장’ 꾸미기 프로젝트가 5개월 만에 모습을 드러낸다.

 국민디자인단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주안산단에서 시급히 개선할 핵심 사안을 3개로 정리했다. 공단 내 근로자들은 휴식공간 부족, 어두운 분위기, 불법 주차에 큰 불만을 토로했다. 디자인단은 환경 개선을 위해 시비 지원금 외 기업 등으로부터 민간투자비 1억7500만 원을 거뒀다.

 회색 벽을 허문 자리에 원목이 어우러진 담장이 새롭게 설치됐다. 어지럽게 늘어선 전신주가 땅 속에 매설됐고, 유휴공간은 근로자들의 휴식공간인 ‘포켓파크’로 탈바꿈했다. 디딤길 내 공용 주차공간도 별도로 마련됐다. 거리 내 10개 공장도 자부담으로 조잡한 간판과 외벽을 깔끔하게 단장했다. 이남주 인천시 특허기술팀장은 “친환경 소재로 거리를 새로 꾸몄고, 근로자들이 점심시간 등에 삼삼오오 모일 수 있는 쌈지공원을 조성했다”고 소개했다.

 디딤길을 끼고 있는 ㈜동아알루미늄은 곳곳에 조각 회화 등 미술품으로 장식된 ‘아름다운 공장’이다. 수년 전부터 예술융합적 공장으로 다듬어져 ‘디자인을 생산하는 공장’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인천시는 올해 처음 선정한 ‘아름다운 공장’ 3곳에 대해 중소기업 자금 지원과 수출시장 개척에 특전을 주기로 했다. 세금 감면 혜택도 검토 중이다.

 이날 서구 가좌동·석남동 공업지역(가석공업지역)에서도 공공예술 특화거리 준공식이 열린다. 북항사거리에서 ㈜삼영물류 사이의 길이 900m 구간에 있는 10개 공장 및 사업장의 담장, 외벽, 천막에는 산뜻한 벽화가 그려졌다. 인천가톨릭대 조형예술대 학생들이 도시 미관 개선 디자인 및 시공에 참여했다. 보안등은 경관 조명으로 바뀌었고 거리 안전을 위한 방범용 폐쇄회로(CC)TV가 설치됐다.

 강범석 서구청장은 “인천 발전의 견인차였던 공업지역이 낙후된 이미지로 경쟁력을 잃고 있다. 공공예술을 접목한 공업지역 도시재생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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