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12월 2일까지 최종 결정… 뒤집힌 사례없어 성사 가능성 높아
확정땐 한국의 19번째 대기록
기계 장비 없이 수중에서 해산물을 채취하는 초인적인 잠수 능력과 독특한 언어, 노동요, 공동체 생활 등을 갖추고 있는 제주 해녀 문화를 유네스코(UNESCO)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하는 방안이 조만간 실현된다. 동아일보DB
제주 해녀 문화의 유네스코(UNESCO)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가 현실로 다가왔다. 제주도는 유네스코가 다음 달 2일까지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무형문화유산위원회를 열어 제주 해녀 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할지를 최종 결정한다고 29일 밝혔다.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위원회 산하 평가기구는 지난달 말 제주 해녀 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 목록에 등재하라는 권고 판정을 내렸다. 평가기구의 결정이 뒤집힌 사례가 없기 때문에 제주 해녀 문화는 2014년 3월 등재 신청을 한 지 2년 8개월여 만에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등재가 확정되면 제주 해녀 문화는 한국의 19번째 인류무형문화유산이 된다. ○ 독특한 제주 해녀 문화
해녀와 관련된 노래 가운데 ‘칠성판(관의 바닥에 깔거나 시신 위를 덮는 얇은 나무 판)을 지고 바다로 뛰어든다’는 내용이 있다. 맨몸으로 바다에 들어가 자신의 호흡에만 의지한 채 소라, 전복 등을 채취하는 물질이 위험하고 고단하다는 뜻이다. 이처럼 생사를 넘나드는 해녀는 해산물 채취 기법이나 문화에서 독특한 부분을 갖고 있다.
기계 장비 없이 바닷속에서 숨을 참고 해산물을 채취하는 해녀는 제주와 일본 일부 지역에만 있을 정도로 희귀하다. 초인적인 잠수 능력을 비롯해 그들만의 독특한 언어와 무속신앙, 노동과 함께 만들어진 노래, 공동체 생활에서 이뤄진 조직 등의 제주 해녀 문화는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들다. 해녀는 중국 칭다오(靑島),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일본 등지로 나가 해산물을 채취하는 출가어업으로 지역경제를 지탱하기도 했으며 일제강점기에는 대대적인 항일운동의 주역이었다. 제주 지역 해녀는 1965년 2만3000여 명까지 이르렀다가 산업화, 관광 개발 등으로 1975년에는 8400여 명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지난해 말 현재 해녀 등 잠수어업인(남자 6명 포함)은 모두 4377명이다. 신규 해녀가 드물어 고령화가 심각하다. 70∼79세 30.9%, 80세 이상 29.0%로 70세 이상이 전체의 59.9%를 차지한다. 반세기가 지나면 해녀 문화의 명맥이 끊길 것이라는 절실함이 있다. ○명맥 잇는 중장기 대책 필요
유네스코 평가기구는 “제주 해녀 문화는 사회적 약자 배려, 양성 평등, 자연과의 조화, 사회공헌 등 유네스코가 지향하는 주요 키워드를 모두 갖추고 있다”며 “풍부한 예술적 영감의 원천으로서 제주 해녀 문화는 시와 소설, 드라마, 영화, 음악 공연 등 다양한 장르에서 인기 있는 소재”라고 밝혔다. 제주도는 이번 제주 해녀 문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확정 짓기 위해 외교부와 주유네스코 대표부, 문화재청 등으로 구성된 대표단과 함께 에티오피아 현지에서 제주 해녀 문화의 가치와 우수성을 알렸다.
제주 해녀 문화가 등재되면 다음 달 13, 14일 이를 기념하는 선포식을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 계획이다. 이 자리에서 해녀들이 해녀 문화 전승 및 보전 계획 등을 담은 ‘해녀헌장’을 발표하고 축하 공연 행사가 마련된다. 해녀 문화를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에 등재할 계획도 갖고 있다. 제주시 구좌읍에 위치한 제주해녀박물관은 한 달 동안 무료 개장해 해녀 문화를 널리 알린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제주 해녀는 살아 있는 문화박물관이다’라는 말이 딱 맞다”며 “소득 보장, 후진 양성 등을 포함한 중장기 발전 계획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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