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정 역사 교과서가 공개되자마자 내용과 적용 여부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동아일보는 29일 보수 진영의 이명희 공주대 역사교육과 교수(56)와 진보 진영의 한시준 단국대 사학과 교수(62)에게 국정 교과서를 검정 교과서와 비교하고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지 평가해달라고 했다. 정부의 일방적인 국정화 추진에 대한 비판은 일치했지만 교과서 내용에 대한 평가는 큰 차이를 보였다. 》
○ 보수진영 이명희 공주대 교수
이명희 교수는 “과거 검정 교과서보다는 논란이 될 만한 내용이 줄어들었고, 균형 있게 서술됐다”면서도 국정 교과서 추진 과정에서 민주적 의견 수렴 절차가 없었던 점을 비판했다.
이 교수는 남북 사이의 균형, 보수와 진보 역사학자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은 게 국정 역사 교과서의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검정 교과서처럼 1948년 9월 9일에 ‘북한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수립했다’고 서술하는 대신 ‘북한 정권이 수립됐다’고 써 북한을 우리보다 높이 평가하거나 북한의 위상을 무겁게 이해할 여지를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대한민국은 정부 수립이고, 북한은 공화국 수립이라는 표현은 남한이 북한보다 정통성이 없다는 것처럼 느껴졌다”며 “이 점을 바로잡은 것은 평가할 만하다”고 했다.
그는 국정 교과서가 ‘북핵 위기와 북한의 대남 도발’이라는 소제목으로 남한의 안보 위기에 대해서 언급한 부분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교수는 “우리가 통일 이후 북한 주민들은 포용하더라도 주민을 핍박하는 상층부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금까지 검정 교과서에서는 배격해야 할 북한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박정희 정부가 인권을 침해하고 독재 권력을 남용한 것은 사실이고 극복해야 할 문제”라면서도 “닉슨 독트린 이후 안보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 시절 이룩한 산업화와 경제성장은 인정해줘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발해를 통일신라와 같이 묶어 단원 제목에 남북국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무리”라며 “발해에 고구려적인 요소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통일신라처럼 우리 역사로 취급하기에는 발해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고 평했다.
그는 “그동안 한국 근·현대사 연구의 대부분이 운동권적 시각에서 이뤄졌고, 검정 교과서도 그런 기반 위에서 제작됐지만 국정 교과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며 학교에서 국정 교과서로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마지막으로 학생들이 국민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역사 인식 형성을 도모하기 위해 전제돼야 할 과제로 ‘근·현대사 연구’를 꼽았다. 그는 “역사 교육 자체가 사회적인 쟁점이 되는 상황에서 진보적인 연구든 보수적인 연구든 완성도 높은 근·현대사 연구가 많이 이뤄져야 한다”며 “풍부한 역사 연구 토양을 만드는 건 학생들에게 다양한 역사적 사실과 해석을 가르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말했다.
○ 진보진영 한시준 단국대 교수
한시준 교수는 “축구대표팀을 만드는데 (선수가) 자기 입맛에 안 맞는다고 농구·테니스 잘하는 사람을 데려오면 되겠느냐”며 “역사학을 전공하지 않은 학자들이 (현대사를) 집필한 게 국정 역사 교과서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정 교과서가 ‘대한민국 수립’이라고 표현한 건 “건국절이라고 쓰고 싶지만 반대가 심하니 교묘하게 꼼수를 부린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 교수는 “1948년이 대한민국 건국이 아니라는 각종 자료를 가져오고 서술만 ‘대한민국의 수립’이라고 해 견강부회했다”고 강조했다. 그 근거는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250∼251쪽에 실린 ‘대한민국 정부 수립 국민 축하식(1948년)’ 사진과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대한국민은 기미 3·1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라고 쓰여 있는 제헌헌법이다.
한 교수는 “임시정부는 1919년 12월 1일 국무회의에서 10월 3일 개천절을 건국절로 하고 국경일로 결정했다”며 “당시 ‘1919년에 대한민국을 세웠다고 이날을 건국절로 기념하면 다른 나라에서 우리가 이때 나라를 처음 세운 걸로 안다’고 논의했다”고 했다.
다만 한 교수는 한국사 222쪽에서 ‘의열 투쟁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저지르는 테러 행위와는 근본적으로 달랐다’고 쓴 점은 칭찬했다. 그는 “일각에서 김구나 안중근을 테러리스트라고 하는데 이걸 바로잡아 한 문장으로 표현한 건 매우 노력한 결과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영화 ‘암살’의 실제 주인공 남자현 열사 등 여성 독립운동가, 국외 한인 사회의 형성 등을 1∼2쪽에 걸쳐 다룬 것도 “독립운동 역사의 폭을 넓히는 것으로 서술의 균형성을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검정 교과서는 좌편향된 학자들이 썼다’는 교육부 주장에 대해 “역사는 잘못한 과거를 반성하고 반복하지 않기 위한 학문이라 기본적인 성격 자체가 비판적이고 진보적”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국정 교과서는 의도가 불순하므로 폐기하고 기존의 검정 제도를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검정 교과서를 만들어 학교가 판단해 잘된 책을 채택해 쓰다 보면 잘못된 책은 알아서 정리될 것”이라며 “검정 체제에서도 집필진은 교육부의 편찬 기준을 따를 수밖에 없어 통제되는데 정부의 입에 안 맞는다고 권력으로 국정 체제를 강요하면 엄청난 과오가 된다”고 말했다.
:: 이명희 공주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
현재 한국현대사학회장, 범시민사회단체연합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한국사회과교육연구학회장과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 상임대표를 역임했다.
:: 한시준 단국대 사학과 교수는 ::
현재 단국대 동양학연구원장,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근대문화재분과위원, 백범학술원장을 맡고 있다.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장, 한국근현대사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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