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채용 문제 있고 축제운영 미숙”… 지방의회 내년도 예산 전액 삭감
16일 본회의 결정에 존폐 달려있어
올해로 22년째 개최돼 온 울산고래축제가 내년도 예산 삭감으로 열리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사진은 올해 5월 울산 장생포 일대에서 열린 고래축제 모습. 울산 남구 제공
울산고래축제가 내년부터 열리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지방의회가 내년도 고래축제 관련 예산 전액을 삭감했기 때문이다.
고래축제는 1995년 9월 장생포 출신 지방의원을 포함해 주민들이 나서서 처음 열린 이후 올해까지 22회째 열렸다. 처용문화제, 쇠부리축제와 함께 울산 대표 축제로 자리 잡았다.
고래축제와 관련된 예산이 삭감된 것은 지난달 24일이다. 울산 남구는 울산고래축제 출연금 19억 원과 남구 거리음악회, 꾸러기놀이터 출연금 3억 원 등 총 22억 원의 고래문화재단 출연금 예산을 남구의회에 제출했다.
고래축제는 2012년 남구가 출연해 설립한 고래문화재단이 전담하고 있다.
남구의회 복지건설위원회는 이날 ‘고래문화재단 출연금 의결건’ 심의에서 고래축제 출연금 19억 원 전액을 의원 7명 중 4명의 찬성으로 삭감했다. 자격 요건이 미달되는 인사를 고래문화재단 직원으로 채용했고 고래축제 운영이 미숙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종찬 복지건설위원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22년간 지속된 고래축제를 내년부터 중단시키려는 데 대한 부담이 크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고래축제를 접근성이 떨어지는 장생포 한 곳에서 3년째 열고 있는 데다 고래문화재단에 전문가는 없고 자격 미달의 인사가 직원으로 채용된 데 대한 대책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고래축제 관련 예산은 16일 열릴 남구의회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14명) 과반수가 찬성하면 부활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현재 찬반 의견이 7명씩 팽팽히 맞서는 것으로 알려져 자칫하면 내년에는 고래축제를 열지 못할 수도 있다. 특히 고래축제 관련 예산에는 고래문화재단 직원 7명의 인건비도 일부 포함돼 있어 예산 처리 여부에 따라 고래문화재단도 존폐 기로에 놓이게 된다.
고래축제는 고래와 관련된 명실상부한 한국의 대표 축제로 자리 잡았다. 제11회 고래축제가 열린 2005년 6월 17일부터 3일간 국제포경위원회(IWC) 총회가 울산에서 열렸다. 또 장생포 일원 164만 m²가 2008년 7월 25일 고래문화특구로 지정된 것을 기념해 2009년에는 4월 25일을 ‘고래의 날’로 지정하기도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고래축제를 3년 연속 ‘유망축제’로 선정했다.
남구청 관계자는 “고래문화재단과 고래축제의 일부 미흡한 점을 들어 예산 전액을 삭감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라며 “미비점을 보완해 고래축제가 내년에도 계속 열릴 수 있도록 의원들을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장생포 주민 80여 명은 고래축제 관련 예산 삭감에 항의하며 최근 남구청 인근에서 항의 집회를 열었다.
한편 장생포 고래문화특구는 중소기업청이 전국 175개 특구를 대상으로 시행한 ‘2016 전국 지역특화발전 특구 평가’에서 모범 우수 특구로 선정돼 최근 국무총리표창을 받았다.
한국 최초의 포경기지였던 장생포에는 고래박물관과 고래생태체험관, 고래바다여행선, 고래마을, 고래연구소 등 고래 관련 시설이 밀집해 있다. 울산대교가 지난해 6월 장생포 옆으로 개통되면서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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