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할린에 강제 동원됐던 조선인 노동자가 고향에 쓴 편지다. 허광무 ‘강제동원&평화연구회’ 연구위원은 3일 한일민족문제학회 학술대회의 ‘사할린 경찰기록과 일본지역 조선인 노무자’ 발표문에서 강제징용 피해자의 절절한 사연을 소개했다.
편지는 자신이 겪고 있는 참상을 전하려 했다. “노동자들이 공복을 견디지 못해 급기야 몸이 부어올라 힘도 쓰지 못하는 걸 보면 정말로 불쌍해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속아서 모집에 응한 것이 후회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모집에 응하는 사람이 있다면 절대로 말려 주세요.”
일제는 조선총독부 책임 아래 지방관청이 경비를 관리하고 지역·마을별로 인원을 할당해 기업에 인도하는 ‘관 알선’ 방식 이전부터 형식적으로는 ‘모집’이지만 거짓 선전과 경찰, 면직원의 위압적 ‘권유’를 통해 사실상 강제로 조선인을 동원했다.
조선인 노무자는 일제 경찰의 요주의 관찰 대상이었다. 이 편지도 경남 함양경찰서 우편검열에서 발견돼 사할린 경찰에 통보됐다. 하지만 편지를 쓴 이는 도주에 성공했다.
일경 자료에 기록된 내용에 따르면 어떤 영화보다도 극적이다.
“늑골이 아프다 하여 숙소에서 쉬게 하였는데 본인이 진료를 희망해 대기하던 중 감시원의 눈을 피해 도주했다.” “도주자는 5, 6일 전부터 오른쪽 발바닥에 종기가 생겨 미하시 병원에서 통원치료를 받던 중 4월 12일 오전 8시경 미하시 병원에서 화장실에 간다고 한 뒤 뒷문으로 도주했다.” “함바의 변소 창문을 뜯고 도주하여 즉시 4, 5명이 추적하였으나 함바 남쪽 수풀 속에서 종적을 감췄다.”
허 연구위원은 “일본 경찰의 입장에서 사할린은 ‘사상가’ ‘도주자’가 경찰의 눈을 피해 숨는 지역으로 경계의 대상이었다”며 “사할린 강제동원 피해자 중 약 5분의 4가 아직 드러나지 않아 추가 조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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