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향대 ‘열차강의’ 14년 만에 막 내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6일 03시 00분


‘누리로호’ 없어져 이번 학기 종강… 낭만 넘치던 강의 추억 속으로

순천향대 열차강의 장면. 최한준 순천향대 법학과 교수(통로에 마이크 들고 선 사람)가 영화 속의 사건을 통해 법이론을 설명하고 있다. 순천향대 제공
순천향대 열차강의 장면. 최한준 순천향대 법학과 교수(통로에 마이크 들고 선 사람)가 영화 속의 사건을 통해 법이론을 설명하고 있다. 순천향대 제공
 낭만과 추억의 강의로 잘 알려진 순천향대의 열차강의가 이번 학기를 마지막으로 14년 만에 막을 내린다. 서울역과 순천향대가 있는 충남 아산 신창역을 오가면서 강의실 역할을 했던 ‘누리로호’ 열차 운행이 9일부터 전면 중단되기 때문이다.

 순천향대는 서울지역 통학생들이 등하교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2002년 9월 열차강의를 마련했는데 부총리 등 명사들이 참관할 정도로 명물 강의로 떠올랐다.

 강의는 학생들이 가끔은 차창 밖을 내다봐도 될 정도로 말랑말랑한 주제로 이뤄졌다. ‘변호인’과 ‘부러진 화살’ ‘도가니’ 등 법정 소재의 법학강의, ‘길 위의 문학’ 등 인문학이야기 등 2학점짜리 교양과목이 열차강의를 채웠다.

 4개의 객차 가운데 통째로 전세를 낸 한 칸에 수강생 40명가량이 앉아 강의에 귀를 쫑긋 세웠다. 수업은 출석체크 등이 끝난 뒤 1시간가량 걸리는 수원역∼온양온천역 구간에서 이뤄졌다. 구조상 ‘땡땡이’는 애초부터 불가능했고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도 열차 안에서 치러졌다.

 열차강의를 했던 최한준 교수(법학)는 “딱딱한 이론보다는 영화를 통해 법학 이슈를 다뤘는데 학생들의 집중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그는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다룬 ‘살인의 추억’ 강의에서는 열차가 경기 화성지역을 지날 때 범죄 현장을 차창 밖으로 가르쳐주면서 현장감을 높였다.

 그러나 이 강의는 코레일이 이 노선에서 누리로호를 철수하고 급행전철을 늘리면서 불가능하게 됐다. 순천향대 관계자는 “급행전철은 좌석이 극장식인 누리로호와는 달리 차창을 향하고 소음이 심해 강의에 부적합하다”고 말했다. 순천향대 보건행정경영학과 4학년 이혜림 씨는 “열차강의는 시간 활용에 효율적일 뿐 아니라 기억에 남았다”며 “누리로호를 부활하든지 급행열차에서라도 강의가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열차강의 문제와는 별도로 천안·아산지역 16개 대학 총장들은 6월 통학 학생과 주민의 편의를 위해 누리로호를 폐지하지 말 것을 코레일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순천향대#열차강의#누리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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