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 ‘상황봉’ 원래 이름 찾습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7일 03시 00분


일제강점기 이후 이름 바뀌어 완도문화원 위원회 구성 바로잡기로

 한반도 서남쪽 끝자락 완도에는 해발 644m의 상황봉이 섬 중앙에 우뚝 솟아 있다. 완도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주변에 백운봉(600m), 쉼봉(598m), 업진봉(544m), 숙승봉(461m)을 거느리고 있다. 정상에 서면 다도해에 보석처럼 떠 있는 200여 개 섬을 조망할 수 있고 일출과 일몰 명소로도 이름나 있다.

 완도의 진산(鎭山)인 ‘상황봉(象皇峰)’의 이름이 일제 잔재로 알려지면서 원래 이름을 되찾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6일 완도군문화원에 따르면 상황봉의 과거 이름은 상왕산(象王山) 또는 상왕봉(象王峰)이었으나 일제강점기 이후 상황봉으로 바뀌었다. 이 산의 이름은 1530년 펴낸 조선시대 인문지리서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상왕산(象王山)으로 나와 있다. 1861년 김정호가 제작한 대동여지도에는 상왕봉(象王峰)으로, 조선 후기 제작된 대동방여전도에도 상왕산(象王山)으로 표기돼 있다.

 진도군 향토사를 연구하고 있는 정영래 장보고연구회장은 “완도는 1910년 한일 강제 병합 이전부터 김 수출 등으로 일본과의 접촉이 빈번했다”라며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완도에 집단 거주하면서 산 이름을 일왕을 뜻하는 ‘황’자로 바꾼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말했다.

 완도문화원은 산 이름을 ‘상왕산’과 ‘상왕봉’으로 바로잡기 위해 군 관계자, 향토사학자 등으로 ‘상황봉 산 이름 바로 찾기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고증 자료 수집 활동을 거쳐 주민 공청회를 열고 의견을 수렴한 뒤 ‘상왕산’과 ‘상왕봉’ 명칭을 전남도 지명위원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서 완도문화원 사무국장은 “최종적으로 국가지명위원회에서 명칭 변경안이 의결될 수 있도록 하고 온라인에서도 명칭을 바로잡는 작업을 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