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사 건립, 주민 눈치 보며 속앓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7일 03시 00분


지은지 95년된 종로구청… 안전 D등급 받은 광진구청

광진구청
 “구청인지 미로인지 모르겠습니다.”

 6일 서울 광진구청을 찾은 주민 김용정 씨(40)는 청사 안에서 한참을 헤맸다. 민원 상담을 위해 구청을 찾았는데 건물이 복잡하게 연결돼 있어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김 씨는 “청사 건물만 6개인데 첫 방문이라면 제대로 찾아갈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광진구 청사는 올해로 지은 지 50년이 됐다. 1967년 당시 공화당 연수원으로 준공된 건물을 1976년부터 청사로 사용하고 있다. 애초 청사로 쓰려고 지은 건물이 아니다 보니 곳곳에 불편한 점이 많았다. 주차 공간은 고작 60대밖에 안 되고, 증가하는 행정 수요에 맞춰 추가로 건물을 짓다 보니 6개 건물이 미로처럼 얽혀 있다. 광진구 관계자는 “업무 공간이 부족해 본관과 2·3별관 옥상에 가건물을 설치해 사무실을 만들고, 3별관에는 복도를 막아 사무실로 쓰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마저도 부족해 일부 부서는 민간 건물 2곳을 빌려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종로구청
 상황은 서울 종로구청도 비슷하다. 종로구 청사는 일제강점기인 1922년 수송국민학교로 건립돼 올해로 95년째 사용되고 있다. 이곳 역시 청사 내 업무시설이 부족해 인근 종로소방서와 민간 건물까지 빌려 쓰고 있다.

 이처럼 오래된 청사 때문에 민원인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지만 선뜻 새 청사를 짓지 못하는 지방자치단체도 많다. 예산도 예산이지만 ‘호화 청사’라는 부정적 시선을 받기 싫다는 이유도 있다.

 서울 용산구청은 2010년 1522억 원을 들여 신청사를 지었지만 용산구 인구(23만여 명)에 비해 청사가 과도하게 크다는 비판을 받았다. 경기 성남시는 2009년 3222억 원의 사업비를 청사 신축에 쏟은 뒤 2010년 모라토리엄(지불 유예) 선언으로 두 손을 들어 국민적 분노를 일으킨 바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용산구청 신청사 건립 이후 여론이 부담스러워서인지 신청사 건립을 구체적으로 시작한 곳은 한 군데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설 노후화가 심각한 지자체까지 신청사 건립을 미루면서 주민들의 불편을 넘어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 광진구청은 지난해 청사 건물 안전진단에서 D등급(위험시설)을 받았다. 광진구 관계자는 “2011년 여름 태풍으로 벽면이 날아가 수리 공사를 하는 등 안전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는 민간 기관과 함께 ‘민관 복합형’ 청사를 진행하는 등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청은 공공업무 공간과 주거·상업시설이 공존하는 복합개발을 추진 중이다.

 최병대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청사는 공무원들만 이용하는 곳이 아니라 주민들이 이용하는 빈도가 더 많은 공공장소”라며 “청사에 대한 무조건적 비판 대신 신축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종로구청#안전 d등급#광진구청#노후건축#신청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