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보행흡연 막기위해 설치한 흡연부스 도쿄선 애용시설, 서울은 기피시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8일 03시 00분


 
지붕이 덮인 서울 중구의 한 흡연부스(왼쪽)와 지붕이 개방된 일본 도쿄의 흡연부스(오른쪽). 한국보다 앞서 길거리 흡연을 엄격히 제한한 일본은 이런 개방형 흡연부스를 전국적으로 1000여 개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도쿄=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지붕이 덮인 서울 중구의 한 흡연부스(왼쪽)와 지붕이 개방된 일본 도쿄의 흡연부스(오른쪽). 한국보다 앞서 길거리 흡연을 엄격히 제한한 일본은 이런 개방형 흡연부스를 전국적으로 1000여 개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도쿄=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1일 오후 6시 일본 도쿄(東京)의 지하철(JR) 오이마치역 앞. 도쿄의 전형적인 침상도시(베드타운)답게 퇴근길 직장인들로 역 앞은 북새통이었다. 수백 명이 동시에 오가는 복잡한 상황에도 지하철역 출구 옆에 위치한 흡연부스에선 10여 명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반면 흡연부스 밖 길거리에서는 담배를 피우는 시민이 단 한 명도 없었다.
○ 흡연부스 찾아가는 도쿄의 흡연자들

 자세히 살펴보면 서울에서 볼 수 있는 흡연부스와 차이가 있다. 우선 흡연부스의 지붕이 뻥 뚫린 개방형이었다. 한쪽 벽에는 근처 또 다른 흡연 가능 지역을 안내하는 지도가 걸려 있었다. 길거리 흡연을 막기 위해서다.

 일본 전역에 설치된 흡연부스 1000여 개는 대부분 이처럼 지붕이 덮이지 않은 개방형이다. 물론 연기가 외부로 나가 간접흡연의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흡연부스 안에서만 담배를 피우는 문화가 완전히 자리 잡으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됐다. 흡연부스 주변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길거리 간접흡연 피해가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무라 노부히로 씨(39)는 “밖에서는 꼭 흡연부스를 찾아가 담배를 피운다”며 “담배 연기는 위로 향하고,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들은 알아서 돌아가기 때문에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본의 흡연부스가 급증한 계기는 2002년으로 거슬러 간다. 그해 도쿄에서 여자 어린이가 걸어가다가 흡연자의 담뱃불에 눈을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길거리 흡연에 최대 2만 엔(약 22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일본은 흡연권 보장과 함께 담뱃값 인상, 청소년 담배 교육 강화 등의 금연정책이 성공을 거둬 20년째 흡연율이 감소하고 있다. 일본담배산업(JT)이 지난달 발표한 2015년 흡연인구비율 조사 결과 18.2%로 사상 최저였다.
○ 흡연부스 사용 꺼리는 서울의 흡연자들

 7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을지로의 한 흡연부스 앞. 천장은 지붕으로 덮여 있었다. 부스 옆면은 70% 정도만 막혀 있고 나머지는 개방돼 있었다. 흡연부스에 들어가지 않고 바로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시민도 많았다. 흡연부스 옆에서 담배를 피우던 박대현 씨(28)는 “흡연부스 안에서 담배를 피우면 냄새가 너무 많이 난다”며 “들어갔다가 다시 나와서 근처에서 피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에 설치된 흡연부스는 올 7월 기준으로 33곳. 개방형이 21개, 폐쇄형이 12개다. 그러나 서울의 개방형 흡연부스는 일본과 다르다. 모두 지붕이 덮여 있고 옆면 일부가 개방된 형태다. 위로 연기가 빠지는 일본의 개방형보다 나을 게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시 관계자는 “완전 개방형 흡연부스를 검토해봤지만 비흡연자들의 반대가 심해 현재와 같은 모델로 설치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은령 한양대 응용미술교육과 교수는 “흡연부스가 혐오시설처럼 인식돼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갈등만 증폭시키고 있다”며 “흡연권을 최대한 보장해 주면서 간접흡연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공공디자인 요소가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흡연부스#보행흡연#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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